오늘 3회 차 상담이 있었다.
"집에 빈 방이 있으면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맞아요. 정말 그래요."
"방문도 열어놓고 하시면 어때요?"
"아... 그러기엔... "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첫 번째 방을 떠올렸다.
"아이들 물건이 보여서요. 보면 또 마음 아파서요."
그러면서 나는 1년여 만에 아이들이 내 집에 1박 2일로 올라온 이야기, 갑자기 그리되어 부랴부랴 주방놀이와 씽씽카 등을 나눔 받은 얘기를 꺼냈다.
이제 상담 받으며 겨우 울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아이들 놀 때 까는 두꺼운 매트를 돌돌 말아 그 방에 넣어둔 얘기를 할 땐 다시 마음이 조금 철렁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진 차에 카시트도 아직 떼지 않으려고요. 혹시 또 아이들이 놀러 올 수도 있고, 코로나 때문에 어렵긴 하겠지만..."
"네, 그게 맞는 것 같네요."
괜스레 쓸쓸해진다.
지금 사는 이 집은, 정말 혼자 지내기에 너무 넓다.
그래서 쓸쓸하고.
상담을 마칠 때 즈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주희 선생님. 산다는 게 별 거 없어요."
그랬다.
"맞아요... 맛있는 거 먹으면 즐겁고, 거기에 전 또 와인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와인 곁들이면 더 좋고..."
하지만 반면에 드는 생각.
"그치만 선생님... 산다는 게 별 게 없다고 치면
사실 뭐 사는 게 별 거 있나, 이런 생각 해요. 혼자 아파트 거실에 앉아서 창밖에 반짝이는 불빛을 보면은요."
사는 게 별 거 아니어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별 게 없기 때문에
더 살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선생님은 알고 말씀하셨을까.
비어 있다시피 한 세 개의 방을 지나 거실에 다다르자면 기다란 복도를 한참 동안이나 성큼성큼 걸어가야 한다.
건조기와 와인 셀러마저 세탁실로 옮겨
오로지 내 숨 쉬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이 식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내가 나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건
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야. 그냥 나일뿐.
부서져 버릴 것 같아서 도망쳐 나왔는데
다시 비난의 비를 맞으며 지낼 자신이 없었어.
아직 지난 비난의 비도 채 다 보내지 못해서,
새로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나 봐.
아니면 난 아예 다툼이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소녀로 돌아간 건지도 모르지.
그렇게 집안을 온전히 내 체취로 모두 뒤덮는다.
'아직, 누군가 다시 만나기엔 너무 유약하구나' 하는 걸 새삼 또 확인한다.
그냥 좀 더 기다리자고, 조용히 타일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