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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Mar 20. 2022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선생님들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 카페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익명 게시판이 열리는데, 기명으로는 할 수 없는 솔직한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

 어제 3 만에 아이들을 만나고 왔다. 누가   아니랄까  떨어져 있는데도 같은  확진 판정을 았다. 그래서 지난주는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보고  다음  아침,  선생님의 글이 마음을 후벼 판다.


 요약하자면, 이 분은 결혼 생각이 별로 없다가 30대 후반에 한 괜찮은 남자를 만나고 임신을 하면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랑이 한 달 출장을 간 사이 혼자 결혼 준비를 하다가 9주 차쯤 아이의 심장이 멈췄다. 결혼 2년 후에 자연 임신이 되었지만 다시 유산, 그리고는 난임 병원을 찾게 되었다. 운 좋게 첫 시험관 시술에 쌍둥이가 찾아왔지만 생각지 못한 쌍둥이 소식에 눈앞이 캄캄하고 우울했다. 그러다 그 쌍둥이마저 12주에 계류유산을 하게 되셨다고 한다.


 아닌 거 알지만... 떨칠 수 없는 그 생각...

 내가 쌍둥이를 부담스러워해서... 아이들이 별이 되었다..


 그 글을 직접 쓰시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세 번의 유산 끝에 그 부부는 아이 생각을 접기로 했다 한다.


 글을 읽으며 같은 쌍둥이 엄마로서 자연스레 나와 비교를 하게 되었다. 처음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더없이 기쁘기만 했다. 담당 교수님이

 "쌍둥이 키우려면 힘들 텐데."

 라고 걱정을 하셔도 그게 무슨 뜻인지 감도 잡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 익명 글을 읽고 되돌아보니 임신 기간 동안 기쁨으로 가득했기에 두 딸을 인큐베이터도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히 낳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무생물처럼 생기 없이 공부했던 학창시절이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서울교대를 들어갔다.

 부모님의 권유로 가게 된 대학이라 처음에는 싫었지만, 다행히 교사라는 직업에서 소명의식을 찾아 일하고 있다.

 아이도 낳지 못하고 죽을까 봐 수술 후 바로 결단한 결혼이었지만

 신혼 시절 나름 소소하게 행복했었고

 원했던 대로 삼십 대 중반에 두 아이를 낳았다.

 남편의 거듭된 폭력에 집을 나오며 아이들을 자주 못 보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 대가로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그래서 새로이 부장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오후에 가로수길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

 격리 기간 동안 집 앞에 이것 저것 챙겨준 그 분이 고마워 밥을 사겠다고 했다.

 그냥 고마워서 사는 밥인데 나가기 전부터 걱정이 된다. 혹시 의도치 않게 너무 가까워질까봐서 말이다.

 중심을 잘 잡고, 상대가 마음 상하지 않게

 적당히 거리감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때로 진절머리나게 불행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길더라도

 결국은 잘 되려고 그런다는 내면의 소리를 믿어보고 싶어진다.

 이제 아이 없이 살아가기로 한 그 선생님에게도

 끝끝내 마음의 평화와 소소한 행복이 찾아오기를 멀리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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