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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Jul 20. 2022

이혼 판결 확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젯밤 꿈에서 즐겨 신는 블로퍼 한 짝을 잃어버려 온 동네를 애타게 찾아다녔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라 뒤숭숭한 마음에 그 의미를 찾아봤더니 짝과 불화가 생길 징조라고 했다. 나에게는 이혼이 되려는 꿈으로 해석이 가능해 딱히 흉몽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별거해 나온 지 3년째, 판결 내용을 떠나 이혼 확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나는 지금 너무도 홀가분한 마음이다.


 마음의 준비를 해왔던 대로 아이들은 저쪽에서 키우고, 대신 내게 거액의 양육비 지급 명령이 떨어졌다. 다시 항소를 하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으므로 이제 재산 분할과 양육비는 계산을 해 내주어야 한다. 사고 싶은 것을 줄여서라도 양육비를 마련해 주면 그러는 만큼 저쪽에서 잘 키우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다.


 아쉬운 건 기대했던 위자료 부분마저 기각이 되었다는 점이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정확한 증거가 없어 구분하기 힘들다는 게 재판부의 변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이혼하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게 어딘가, 하며 나를 달래 본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지난한 지겨운 게임이 끝났으니 말이다.


집 계약되던 날, 퓔리니 몽라셰로 조촐히 축하를 했어요.


 살고 있던 집이 운 좋게 한 부자 아저씨에게 넘어갔고, 이사 갈 집도 적당히 구했다. 하루 이틀 계약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무리 없이 술술 해결되는 모양새다.


 나는 아직 젊고, 그런 탓에 때로 나보다 한참 어린 남자가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도 한다.

 집을 가졌고, 아이가 둘 있으나 키우지는 않는다.

 직업이 있고, 거기서 보람을 얻고, 더 나은 자리로 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전히 이기적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 이전보다 무던히 애쓰는 중이다.

 그래, 이만하면 살 만한 생이었다.

 다시 돌아가도 다시 한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리.



*힘겨운 시간 동안 이 공간에서 제 어깨와 등을 두드려준 독자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더 씩씩하게 살며, 이제 좀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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