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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Jan 06. 2023

입고 싶은 옷이 있다면

 어제 임용고시 영어 면접 평가를 했다. 임용고시 감독을 한 적은 새내기 교사 때 있었지만 평가관이 되어본 건 처음이라 떨렸다. 시험을 보는 사람에게도,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청에게도 무척 중요한 일인 걸 알기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번 임용고시는 티오가 턱없이 적다. 작년도 그런 편이었으니 적채 된 수험생 중에 경쟁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1번, 2번... 수험생을 거듭 볼수록 똑같은 스타일의 옷과 머리 스타일이 눈에 거슬렸다.


 여학생들은 왜인지 모르게 머리를 말아 올려 그물망으로 고정을 하고 왔는데, 그 모습이 꼭 승무원을 뽑는 자리에 온 것처럼 어색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열에 아홉은 그런 머리를 하고 들어오니 목소리를 듣기 전에는 이전 응시자와 얼굴이 똑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옷은 겨울 소재의 검은색 에이라인 원피스나 스커트를 많이들 입고 왔다. 체형에 맞지 않게 귀여운 느낌의 옷은 역시 그 사람을 앳되게 보이게 했다.


 남학생들의 정장은 분명 새 옷임이 틀림없었다. 자기가 새 옷임을 나타내는 '하나도 때 묻지 않음'이 오히려 그가 이제 사회에 처음 나가는 청년임을 더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제 갓 공장에서 나온 옷, 햇빛도 공기도 별로 맞닿지 않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입은 사람을 더 어색하게 보이게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얼마나 정장이 잘 어울리는가? 생각해보면 나라고 그렇게 보기 좋을까 싶다. 옷은 자주 입어야, 길이 들어야 그 사람 몸에 착 감겨들어가는 멋이 생기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옷도 완전히 그 사람 것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건가?




 새해를 맞아 요즈음 하루에 운동복을 하나씩 산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생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예쁜 운동복 입고 헬스장 가서 줌바하기'였다. 사놓고 딱 한 번 입은 그 크롭탑은 노출이 있는 편이라 고민이 되었지만, 춤출 때 거울에 내 몸이 잘 보이게 해주는 데는 딱 붙는 운동복만큼 좋은 게 없다. 혹시나 누가 뒤에서 수군수군대면 어쩌나 싶기도 했는데, 요새는 대체로

 "아, 너무 이뻐요."

 "부러워요."

 같은 반응이 많다.


 예전에야 레깅스만 입고 운동하는 걸 상상도 못 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바디프로필이라는 걸 찍는 게 유행인 시대가 올 줄 몰랐다. 자신이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TV에 나와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시대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입고 싶은 옷은 그냥 눈치 보지 말고 입자. 어떻게 생긴 옷이든, 입다 보면 나化 되고, 서로의 개성을 용납해주는 시절이 마침내 왔으니까. 나는 계속 내 몸을 가꾸며 그 몸을 뽐낼만한 옷을 입겠다. 그러다 보면 그게 나란 사람의 멋이자 캐릭터가 되겠지.


 이따 도착할 새 브라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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