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지 벌써 한참 되었는데도 귓가에 배경음악이 맴돌아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음악은 영화 ‘세계의 주인‘에서 오프닝부터 끝날 때까지 자주 등장한 바흐의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이다.
https://youtu.be/NiXNY2GwDak?si=X0OqaJdE8ciH4-1i
제목이 이것인지는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았는데, 언뜻 보면 누구보다 인기 많은 ‘인싸’ 주인이의 삶이 처음에는 곡 제목처럼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폭력의 문제 상황을 직접적으로 후비고 들어가는 ‘도희야’ 같은 영화도 개봉한 지 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하지만 그 시절을 조금 지난 피해자의 모습을 비추며, ‘세계의 주인’에는 이전에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폭력의 피해를 당한 사람이라고 늘 그늘진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건 아니라는 것. 그러한 이유로 ‘세계의 주인’은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아는 누군가가 밝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지나온 과거까지 밝으리라는 짐작을 거두자고 다짐해 보았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어두움을 행복에 상응하는 만큼 갖고 있는데, 다만 그것을 밖으로 보이지 않을 뿐인 것 같아서였다. 일 년의 밤의 길이는 낮의 길이와 같듯, 행복에 상응하는 슬픔이 있기에 행복이 올 때 더 밝게 빛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곧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를 보내고, 새로 맞는 내년이 올해보다 더 환하게 빛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