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by 이주희

작년 8월에 쓴 글을 다듬었습니다.


갑자기 내일부터 원격으로 수업을 다 하란다.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바빴다.

폭풍 같은 수업 준비 시간을 보내고, 원래보다 두 시간 늦게 퇴근했다.

나는 지금 피자에 야구를 틀어놓은 채로 내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딘가 쓸모가 있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사실은 그냥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게 인생인 걸까.


넌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날 실망시킬 거야.
그건 아마 나도 그렇겠지.
우린 결국 서로를 미워하고 등 돌리게 될 거야.
뜨거운 여름은 결국 남은 나를 잡아먹기만 할 뿐

이제는 그 뜨거운 불장난을 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차갑게 천천히 식어 얼어버린다 해도
누구에게 실망하고 슬퍼하는 뜨거운 일은
이젠 더 이상 할 힘이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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