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먹읍시다.
첫 조정 기일이 지난 지 한 달째. 계속 실의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힘들고 슬퍼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조금만 준비하면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내가 먼저 만든 뒤에 브런치에 소개할 생각이다. 첫 번째로 소개할 오늘의 메뉴는 '두부 부침'이다.
여러분은 '두부 부침'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는지? 나는 기름에 밀가루 옷과 달걀물을 순서대로 묻힌 두부가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지던 제사나 명절 음식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 많은 지짐이 언제 끝나나 하며 한없이 굽던 그때가. 그래서 두부 부침은 혼자 만들어 먹어도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게한다.
재료는 두부 1모, 나는 국산콩을 선호한다. 유전자 변형 콩이나 옥수수를 많이 먹으면, 모르긴 몰라도 나중에 어딘가 탈이 날 수 있지 않을까?
계란 1알,
밀가루나 부침가루. 두부 부침을 하려 오랜만에 찬장을 뒤졌더니 뜯지도 않고 유통기한이 지난 1kg짜리 박력분이 무려 세 개나 나왔다. 아까워서 하나는 이번 요리에 썼고, 나머지는 아쉽지만 버려주었다. 아마도 이전에 아이들과 함께 살며 인터넷으로 장을 볼 때 실수로 1+1을 사둔 모양이다. 아이들 먹일 재료는 돌아서면 떨어지는데 무료 배송에 맞추려 이것저것을 담다 보니 그리 되었으리라. 이제는 그렇게 인터넷으로 틈날 때 모든 필요한 걸 사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도 멀게 느껴진다.
예전에 본 요리책에는 두부를 미리 키친 타월에 올려두어 물기를 빼라고 되어있었다. 이렇게 하면 두부가 단단히 뭉쳐져 식감이 단단해진다. 하지만 시간상 바로 해야 한다면! 푸딩처럼 속이 부드러운 부침이 된다. 걱정할 것 없다.
용감하게 두부 한 모를 탁 뜯어 뒤집은 후 도마에서 간격을 같게 썰어본다. 그리곤 달걀물을 만든다. 달걀 한 알을 넓은 접시에 깨어 넣고, 참치액 한 스푼, 다진 대파 한 스푼을 넣어 섞었다. 참치액은 달걀물의 감칠맛을 더해주나 바다향을 싫어한다면 소금과 맛소금으로 대체해도 되겠다. (요즘 '연두'라는 것도 인기가 많은 것 같던데 써보신 분 계시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후추 한 번 톡톡하면 달걀물 완성이다.
가장 유통기한이 최근이었던 밀가루를 까서 예쁘게 썰어 둔 두부 위로 솔솔 뿌려준다. 그리고 두부 몸통에 골고루 밀가루가 묻게끔 요리조리 뒤집어준다. 그럼 준비 완료다.
식용유만 갖고 부쳐도 괜찮지만 혹시 냉장실에 들기름이 있다면 써 보자. 고소한 맛을 배가시킬 수 있다. 들기름은 금방 타기 때문에 우선 식용유를 두르고 불을 켠 뒤 들기름을 조금씩 첨가하는 식으로 하면 요리가 수월하다. 불은 중간과 약불 정도가 좋다.
"치익-"
제삿날, 혹은 명절 전날 어머니와 전을 부쳐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 소리가 첫 달걀물 묻은 두부를 올릴 때 요란하게 났다. 두부에 계란물을 묻힐 땐 젓가락보다 숟가락이 제격이다. 너무 얇은 계란옷이 자기 입맛이 아니라면 말이다. 두부 한 모를 앞뒤로 골고루 기름이 모자랄 때마다 추가로 둘러가며 굽는 시간은 넉넉히 15분. 온기가 빠져나가기 전에 나를 대접해주자.
양념장은 시판 '찍어먹기 좋은 간장'을 썼는데, 달걀물이 생각보다 짭조름해서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느끼한 음식이라 콜라를 한 캔 따서 곁들였다. 이야, 근사하다. 부치며 한 입 먹고 싶었던 욕망을 억제하고 식탁에 앉아 입에 한 입 와앙 넣자, 바삭한 달걀옷 안에 속이 푸딩처럼 보드랍다. 허겁지겁 첫 접시를 비우고 프라이팬에 남아있던 아이들까지 다 처치할 때쯤 기분 좋은 포만감이 들었다. 기름에 굽긴 했지만 두부도 계란도 다 단백질이니 걱정이 덜하다.
그래, 뭐 앞으로도 이렇게 종종 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