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같은 사람

쓰는데 왜 눈물이 나죠?

by 이주희

가입한 지 몇 년 된 M Book Club이 코로나로 인해서 모임이 뜸해졌다. 그래서 최근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이는 독서 모임에 우연히 들어갔다. 바로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통해서. 처음 그 어플을 알려준 건 나보다 한참 어린 한 어여쁜 동생이었다.

하지만 모임 대부분에는 “유부남, 유부녀 금지”, “돌싱 금지”라는 문구가 대문짝만 하게 적혀있었다. 아무리 취미를 기반으로 한 모임이라도 애초에 “유부남, 유부녀”와 “돌싱”에게는 발 디딜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히 보였다. 그들에게 나는 알레르기 같은 사람인 걸까 싶어 자연스럽게 난 아무 모임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몇 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그런 문구를 대놓고 써놓지 않은 몇몇 모임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나가서 함께 맛있는 수플레를 먹고, 올림픽공원도 걷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는 ‘이 모임에서도 내 처지를 알고 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뒷일은 뒤로 미룬 채, 지난 일요일에 함께 사람들을 만나 책을 읽고 맛있는 수플레를 나눠 먹었다. 평일 밤에 두 번이나 같이 산책을 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스멀스멀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들이 내 차 뒤에 적힌 ‘Baby in Car’ 문구를 보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하고.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한 후, 그런 부끄러움이 사실 내가 갖고 있던 건 아닌가 돌아본다. ‘이혼녀’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의미가 부끄러워, 내가 나를 알레르기 같은 인간으로 취급했던 건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쩌면 거의 누구도 해 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이해’란 것을 내가 먼저 내게 손 내밀어줘 볼까 한다.

한 사람을 믿고, ‘앞으로 잘 살 거란 예감’으로 결혼을 선택했던 건 결코 부끄러워해야 할 과거가 아님을

아이들이 있었지만, 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집을 뛰쳐나온 건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었음을

앞으로 내가 양육자가 될 수도, 운이 나빠 비양육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처한 현실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며 두 아이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책임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그리고 힘든 소송 기간을 지나면서도 어느 때보다 교사로서 학교생활을 훌륭히 잘하고 있는 건 얼마나 초인적이고 훌륭한가!

아, 이렇게 적고 나니 이제 세상 누가 내 등 뒤에 대고 나를 뭐라 한 대도 괜찮을 것 같다.

한 번도 결혼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에 속상해할 필요 없다.

사회가 말하는 ‘엄마의 도리’ 프레임에 나를 옭아매지 말자.

누가 뭐래도 난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거다.


이렇게 난 또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닦으며 걸어간다.

그리고 그런 내가 자랑스럽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사소한 고정관념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지는 때가 올까?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잘 모르는’ 사람들의 사소한 말에 상처 받고 싶지는 않다. 그러려면, 어쩌면 주기적으로 이렇게 나를 쓰담쓰담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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