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all.
어제 잠자리 들기 전 깜빡하고 항히스타민제를 먹지 않은 게 틀림없다. 밤새 잠을 못 잔 걸 보면.
아니, 어쩌면 너무 낮은 베개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잠이 오지 않자 멀쩡한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 있는 구불구불한 철사줄을 찾아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뽑힌 머리가 침대 옆 바닥에 한 움큼이 되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2차 부모 조사를 마치고 걱정이 많던 나는, 조사관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내 전체를 잠식당한 듯, 마치 흰 천이 검은 잉크 한 방울로 시커멓게 물이 들듯 부정적 감정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그렇게 뒤척이는 몸과 이불 사이로 처음으로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차라리 그놈 새끼가 애를 키우게 할까, 그래서 애들을 망치는 모습을 보고 결국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실컷 조소해줄까?
어김없이 찾아온 아침, 쉽사리 잠을 들지 못해 잔뜩 눈곱이 낀 두 눈을 뜨며 나는 다시 마음을 잡아보려 애썼다.
'내 애도 못 키우면서 다른 애들은 어떻게 가르치려고?'
두 아이가 지금처럼 조부모 밑에서 크게 되면 어떻게 자랄지 너무 잘 아는 초등교사로서, 도저히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늘은 방학 중 부진학생 지도가 있는 첫날. 8:40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피곤하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받은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지난주 에세이 드라이브에 제출했던 글에 대한 피드백이 도착해 있었다.
거기에 지금의 나마저 버린 어린 시절의 나를 알아봐 준 이가 있었다.
피드백을 통해, 사람들은 거의 지쳐 다 쓰러져가던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냥 힘을 내라고, 저기까지 가야 한다는 다그침이 아니라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저기 결승선이 눈앞에 보인다는 나지막한 다독거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짧은 순간, '더 이상 어떻게 해아 할지 막막하다'란 마음이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로 바뀌었다.
그렇게
말로 하는 표현이 서툰 나는
지금 이 힘겨운 시간을 혼자서 한 자 한 자 적어나간다.
글을 쓸 땐 혼자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러분이 있음으로
나는 다시 혼자가 아니다.
사람들이 피드백을 통해 보내주는 이 놀라운 에너지가
내게 다시 이 끔찍한 레이스를 완주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끈 샘솟게 한다.
어디서든 타인과의 아귀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마음속에 강이 되어 흐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글로 옮긴 제 이야기에 곁을 내어 주셔서
참 행복합니다.
여러분의 격려대로
뒷심을 발휘해 보겠습니다.
메달의 색깔을 좌지우지하는 건 역시, 뒷심이니까요.
* 피드백을 받은 글은 '가장 못생긴 아이'였습니다.
https://brunch.co.kr/@safaier70/65
* ' 에세이 드라이브’는 ‘에세이 스탠드’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이 글감에 맞춰 에세이를 쓰고, 읽고, 피드백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이 계시면 ‘에세이 스탠드’ 선생님이신 태재 작가님 인스타로 들어가 보세요. 제게 이 수업을 알려주고 같이 수강한 영주에게도 큰 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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