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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딸의 도전

믿음으로 지켜보기

by 안전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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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1 초5 막바지의 으스스한 겨울날, 우리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배낭 하나씩 메고, 중국와 일본이 어우러진듯한 대만의 맛집, 열대야 과일들을 맛보고

오토바이를 빌려 뒤에 딸1을 태우고 타이루거 협곡을 달릴 때,

딸은 내 뒤에서 팔을 꼭 감싸 안고 야호~~ 하며 함성을 질렀었다.

오토바이의 엔진의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지고, 눈앞에 펼쳐진 협곡의 장엄함에 숨이 멎었다.

햇살이 협곡의 산등성이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랭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던 그때,

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세상을 온전히 느껴보기를 마음으로 속삭이며,

그 말은 다짐이자, 나 자신을 향한 약속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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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생때부터 자전거와 버스를 타고 사는곳 가까운곳부터 먼곳까지 여행을 떠나곤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알바를 해서

하나의 테마(예를들면 광역시투어, 섬투어, 기차투어, 최소비용투어) 를 만들어 여행을 떠나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해외여행을 위해 적금을 넣어 여행을 다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였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곧 인생이고 인생이란 여행같은 것이였다.

"인생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 중학생때부터 만들었던 내 좌우명이였었다.

지금은?

............................................................................

"오늘 하루 후회없이 살자^^" 로 바뀐거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결혼이후 딱히 좌우명이랄께 없이 정신없이 살아 왔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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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의 나와 함께 했던 새로운 경험들이 누적된 딸1은 혼자서 국제리더십아카데미에 지원해서 합격하여 낯선 나라,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과 교류하였다.

그 모든 것들이 딸에게는 또 다른 새로움의 경험이였다

헝가리와 말레이시아등 다른 아카데미 친구들과 다녀온 딸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어디선가 단단하게 매듭이 지어진 듯,

스스로의 길을 향한 확신이 그 눈빛 안에 있었다.


고2가 된 딸1은 무언가를 준비하는듯 하다 어느날 총학생회장 당선 소식을 전해왔다.

공부하느라 시간을 많이 뺏길텐데 힘들지 않겠냐는 나의 말에

"그것도 다 경험이지~ 이것도 저것도 할수있을때 해보는거지, 되면하고, 안되더라도 도전해본걸로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려고했지" 라는 딸1의 말에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전의 결과보다 그 마음이 이미 대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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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때로는 비판을 받으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조언할 말을 찾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대신,

그저 믿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아이의 인생은 내 손으로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 그 아이의 색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그림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여전히 걱정은 있다.

하지만 그 걱정 위에,

믿음이라는 단단한 바닥이 깔려 있다.

나는 오늘도 딸1과 딸2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눈부신 햇살 아래,

자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그 아이를 보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이제는 믿음으로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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