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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파도

다정한 배가 되다

by 안전모드

전처가 갑자스레 집을 나갔던 날 이후
나는 아빠로서, 한 남자로서 방향을 잃었다.
마음속은 늘 거친 물결이 일었고, 그 파도가 잦아들기 전에 나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상처를 다스릴 줄 몰랐다.
그리고 그 화살이,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향하기도 했다.


이혼 전, 딸2가 가끔 보던 전처의 휴대폰을 잠시 보자며 뺏어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그 안에서 이혼의 증거를 확보 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딸은 놀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아빠, 그건 엄마 거야. 왜 봐?”


그당시 나는 속삭이며

"응", "잠깐만 보고 바로 줄께~~" 라며 딸2를 달래고 급히 핸드폰을 뒤지곤 했었다.

톡은 모두 잠금이 걸려있어 아무것도 바로 확인 할수가없었다

그때 눌렸던 기억이 남아서인지 딸2의 맘에 안드는 행동으로 인해 내 안의 억눌린 분노가 터졌었다.

“너 때문에 그때 제대로 확인을 못 했잖아!”


그 말은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 가장 부끄러운 말이었다.
딸2는 그저 혼란스러웠을 뿐인데, 나는 내 고통을 아이에게 쏟아냈다.

"나는 그런 상황인줄 몰랐잖아" 라며

딸2는 눈물을 펑펑 흘려냈다


시간이 흘러,

딸2는 중학교에서도 배구를 하였고 한창 열정이 타오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저녁 무렵 딸2에게 톡이 왔다.

딸2: 아빠, 할 말 있어.

아빠: 어떤 거야? 전화해도 돼?

딸2: 지금은 야간 훈련 전이라 톡으로 말할게. 7월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운동… 그만두고 싶어.

아빠: 무슨 일 있었어?

딸2 : 진짜 많이 고민했어. 주전도 못 뛰고, 코치님도 이젠 나한테 기대 안 하셔.

버티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하겠어.

아빠: 그래, 네가 정말 많이 고민했겠구나.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훈련 중엔 다치지 말고, 끝나고 통화하자.



잠시 멈춘 채 톡을 바라보았다.
딸의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 안에는 실패의 두려움과 포기의 죄책감,
그리고 아빠의 이해를 바라는 간절함이 숨어 있었다.

그날 밤,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아이가 내게 보내온 건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통보’가 아니라,
**“아빠, 나 힘들어. 그냥 내 얘기를 들어줘.”**라는 신호였다는 걸.


배구를 그만둔 뒤, 딸2는 집근처로 다시 전학을 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무심했다.
“그래, 힘들었지.잘 왔어. 이제 아빠랑 언니랑 자주 보고 여행도 다니자”
그 한마디로 모든 걸 덮었다.

그러나 딸2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아빠는 내가 왜 그만뒀는지 한 번도 자세하게 안 물어봤어.”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또다시 아이의 신호를 읽지 못했다.

그 무렵 딸은 서서히 다른 세상으로 향했다.
조금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담배와 술, 학교의 징계라는 단어가 내 딸의 이름 옆에 붙었다.

나는 놀랐고, 아팠다.

처음엔 화가 나 큰소리로 화를 냈었지만
반복된 일탈에 이내 뒤돌아 곰곰히 생각을 했다

화를 내기보다 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를 멈추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춘기의 파도는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함께 건너야 하는 바다라는 걸.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이제는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그 대신, 배가 되어 곁을 지켜주겠다.”

딸2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곁에 서서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는 것.
그게 지금의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다.


우리의 정신구조는 대부분 사회적인 양육의 결과와 타인이 내린 선택의 결과로 생긴것이다

쉽게말해 주입된것이지 자연스럽게 생겨난것이 아니다 전자와 후자는 아주 중요한 차이를 갖는다

그렇게 정신구조를 갖게되는 과정에서 우리안의 많은 자연스러운 충동은 거부되고 죄절된다

이렇게. 거부된 충동중 대부분은 결코 해소되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좌절이나 분노 실망 죄의식 심지어는 증오로 남는다

그 결과 축적된 부정적인 감정들은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규칙을 거부하도록 만드는 지경이르리라

그럼으로 딸2의 누적된 부정적 감정들은 그렇게 해소되었을런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딸2는 여전히 흔들리고, 나 또한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아이의 성장통은 결국, 부모의 성장통이기도 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정한 배가 되어, 이 아이의 바다를 함께 건넌다.
넘어지더라도 스스로 일어나도록 지켜봐주고,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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