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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이 큰 힘이 된다

작은 행복이 언제나 나를 살아가게 한다

by 안전모드

가끔 그런 날이 있었다.

아침부터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운 날.

해야 할 일보다 생각이 먼저 밀려오는 날.

그럴 때 떠오르는 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딸들이 건네던 작은 순간들이다.

월요일 아침

딸1을 기숙사에 데려다주는 길은 조용했다.

기숙사에 도착해 내리며 딸이 말했다.

“아빠, 조심해서 가.”

짧은 인사

그런데 그 하루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둘째는 어느 날 스펀지를 움켜쥐고 말했다.

“아빠,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게!”

그 마음 하나가 피곤함을 다 녹였다.

저녁 식탁에서 둘째가 말했다.

“아빠, 오늘 친구 힘들어하길래 얘기 들어줬어.”

그 말투가 이상하리만큼 어른스러웠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나보다 누군가를 더 위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

나는 한때,

‘무언가를 해줘야만 아빠 구실을 한다’고 믿었다.

식사를 만들고, 기숙사에 태워주고, 뷰티학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고 피드백해주는 일들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아이들이 주는 작은 행복이

내가 주는 도움보다 훨씬 큰 힘이 된다는 걸.

딸들이 기숙사와 학원에 가고 난 뒤의 빈 방.

그곳에서 나는 가끔 컴퓨터 속 사진을 넘긴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잠든 딸2

딸2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달리던 딸1.

트렘폴린 위에서 놀다 나란히 잠들어 있던 모습

평범한 사진들인데,

이상하게 가슴이 채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의 생각에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노년뿐이라는 것.

늙음은 무언가를 잃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얻는 시간이라는 것

해마다 조금씩

성숙이 더해지고

깊이가 생긴다.

고통도 그렇다.

억지로 극복하려 하면 부러질 수 있다.

천천히 견디며

고통 속에서 서서히 회복해가는 것.

그 과정을 거치며 나는 단단해진것 같다.

글을 쓰는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

딸들의 좋은 점을 찾고,

내안의 좋은 점도 다시 찾아가는 일

상처와 성장의 조각들이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어머니는 종종 말씀하신다.

“제대로 지원 못해줘서 미안하다.”

부모의 마음은 그렇다.

자식이 기억하지 못해도,

못 해준 사람의 마음은 평생 남는다.

그 말이 가슴을 울린다.

나도 부모니까.


삶은 큰 사건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작고 조용한 행복들이

우리 마음을 지탱한다.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며 흔들렸던 시간들.

그날들을 버티게 해준 건

누군가의 큰 위로도,

화려한 성공도 아니었다.

딸들과 나누었던

그 작은 순간들

서로를 위한 마음들과 배려였다.

그래서 요즘은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지나가는 순간을 마음에 담으려 한다.

라면만 끓이던 내가

밥상을 차리게 된 것도,

주말마다 딸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깊어진 것도,

결국 작은 행복이 나를 움직인 덕분이다

아이들은 자란다.

이제는 내 품을 떠나는 시간이 더 많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피어나는 작은 행복들은

내가 다시 서고,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되뇐다.

작은 행복이, 언제나 나를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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