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도 함께 자란다

건강,공부,마음다스리기

by 안전모드

아이들과 함께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성장은 아이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부모라는 이유로 당연히 어른인 척했지만,

돌아보면 나 역시 흔들리고 배우며 자라는 중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때론 나의 실수를 아이들에게 사과하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다.


어느 날 큰딸이 김치볶음밥을 해주겠다며 나섰다.

“그래, 맛있게 해줘.”

잠시 뒤 주방은 김칫국물과 양념으로 어지러웠지만 그 풍경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무언가를 스스로 해보려는 마음

그 마음이 자라는 순간을 보는 일은 늘 귀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지었다.

20160306_115201(0).jpg


니체는 말했다.

삶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 의지가 약해진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나도 어려움이 올 때마다 흔들렸지만

그 순간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길은 있었다.

걱정의 절반은 실제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그림자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믿게 되었다.

인생의 방향은 환경보다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20160306_115203.jpg

요즘 나는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다.

투자에서 욕심을 다스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오히려 더 차가운 시스템에 나를 맡겨보기로 했다.

증권사의 조검검색식을 만들고 AI로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고, 소액으로 테스트하며 규칙을 다듬는 중이다.

낯선 코드에 머리가 아플 때도 있었지만, 조금씩 익혀갈 때 느껴지는 작은 성취가 새로운 루틴을 쌓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이 흔들리면 마음도 흔들린다.

그래서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단단한 정신은 결국 단단한 몸에서 나온다는 걸 살면서 여러 번 배웠다.


[ 뇌와 신체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 ]

1. 술은 줄이고 과음은 하지 않는다.

2. 최소 7시간 이상 잠을 잔다.

3. 주 1회 14시간 이상 간헐적 단식을 한다.

4.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 찬물로 끝낸다.

5. 인터벌 운동은 ‘4분 고강도 + 4분 걷기’ 4세트를 목표로 한다.

DSCN5201.JPG

어느 날 큰딸이 편지를 주었다.

“아빠는 책도 읽고 운동도 하면서,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아직 여전히 실수는 한다 )

그리고 언젠가 책도 쓸 것 같아.”

그 말이 나를 조용히 흔들었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산 건 아니었는데 아이는 내가 내딛던 작은 걸음들을 보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늘 부족한 아빠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의 눈에는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사실이 나를 잠시 멈추게 했다.

그날 오래된 무게가 조금 내려앉았다.


둘째도 장난스럽게 편지를 건넸다.

“아빠, 앞으로는 거짓말하지 않고 아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딸이 될게요.”

그 말 뒤에 숨어 있을 많은 흔들림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잘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모습은

어른 못지않게 단단해 보였다.

나는 편지를 접으며 속으로 말했다.

“괜찮아. 넘어져도 된다. 아빠도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DSCN5307.JPG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나 역시 아이들 덕분에 자라난 사람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를 키우는 시간들이 있었다.

누군가의 아빠가 된다는 건 완성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또 하나의 여정이었다.

아이들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배운다.

아이들 앞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이 길은 아이들만의 길이 아니라 우리 셋이 함께 걸어온 길이었다는 것을.

아빠도, 함께 자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자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