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식어가길 지켜보던 순간

하루의 가장 느린 순간 #1

by 글쓰는 한큐

네시 반, 세상은 아직 고요하다.

나의 하루는 이 시간에 시작된다.

나를 더 사랑하고 싶어서

내게 조금 더 긴 하루를 선물하기로 했다.


쌀쌀한 새벽은

포근한 이불과의 이별을

더욱 애달프게 만든다.

늘 그렇다.

침대 밖으로 나가는 한 발이 가장 어렵다.


양치를 하는 동안 물을 끓인다.

평소보다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구수한 원두향이 집 안을 메운다.


스탠드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친다.

무얼 써내려 가야 할지 생각하며

따뜻한 커피잔을 양손으로 감싼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생각과 침묵 사이에 머무는 이 순간이

내겐 드문 허락처럼 느껴진다.

질문을 오래 바라보되

당장 답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


종종 깊이 잠겨 있다 보면

반가사유상을 떠올리곤 한다.

한지에 떨어뜨린 한 방울의 먹물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미소와

얼굴에 닿을 듯 말 듯한 섬세한 손가락.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생각하는 법을 잊고 지낸 나에게

이 새벽은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은 채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준다.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 새벽,

나는 나의 생각대로 살고 있는지

조용히 나를 돌아본다.


어느덧 커피는 식어버렸다.

미지근해진 커피는

이 아침의 시간을 담아

씁쓸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