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바라보던 오후의 순간

하루의 가장 느린 순간 #4

by 글쓰는 한큐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셀 안에 적힌 숫자들을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람을 숫자로 나누고 있었다.

이 사람은 백만 원,

저 사람은 이백오십만 원.


문득

그 생각이 무서워졌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일까.


한 자리 숫자로 시작된 생각은

밤이 될수록 몸집을 키워

조용히 나를 잠식했다.


더는 화면을 바라볼 수 없었다.

목이 조이고 숨이 가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해가 천천히 저물고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이 시렸고

뒷목과 어깨가 욱신거렸다.

그제야

내가 아직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았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고

몸의 피로를 느끼는

이 순간이

살아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옭아맨 모든 것을 내려놓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의 기준에서

떨어진 그 순간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