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

상실을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께

by 글쓰는 한큐

제법 바람이 매서워졌습니다.

길어진 밤 덕분에 볕이 드는 시간이 얼마나 따스하고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요즘이네요.

찬바람에 연약한 당신의 몸이 상하진 않으셨는지 염려됩니다.

매년 겨울마다 기침으로 고생하시던 당신이 신경 쓰여,

올해는 유자청을 담아볼까 합니다.

이런 제 마음이 당신께도 닿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제가 보내드린 책은 잘 읽으셨는지요.

이 생에 이별이 가득해 너무나도 가혹하다 눈물짓는 당신께

저는 감히 어떤 위로의 말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책 한 권을 보내드렸지요.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삶은 상실의 연속이라고.

무수한 상실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고,

나 자신과 이별하는 순간이 삶의 마지막이라고.

그러니 그때까지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일은 지독히도 고통스럽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오래도록 좀먹는 그 아픔 역시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그 소설 속 사람들 또한

저마다의 상실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갑니다.

그 마음을 달랠 방법을 몰라

누군가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누군가는 자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파괴하며,

누군가는 과장된 밝음으로 감정을 숨기고,

누군가는 끝내 세상을 등지기도 하지요.


그들도 당신도, 그리고 나 역시

이 생이 처음이라 이토록 서툰 것이겠지요.


그래도 있지 않습니까.

벚꽃잎이 머리카락에 붙으면 웃음이 나고,

무더위에 아이스커피 한 잔이면 속이 시원해지고,

말캉하고 달콤한 홍시 한 입에 마음이 풀어지는 것.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이에게

괜히 전화하고 싶어지는 마음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 순간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아닐까요.


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아픔도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다 보면

피식, 바람 빠진 풍선처럼

뜻밖의 웃음이 새어 나오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아프다고 해서, 늘 슬프기만 한 건 아니더군요.

상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일이 버겁다 해도

그 무게가 당신의 삶을 전부 덮을 수는 없을 겁니다.

볕이 드는 시간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유자청 같은 사소한 마음에 온기를 느낄 줄 아는 당신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러니 부디 살아주세요.

제발 살아서,

우리가 다시 해가 떠오르는 걸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당신을 생각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