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읽는 새로운 방법
우리는 현대사회를 개인주의 사회라고 칭한다. 민족주의와 부족주의를 강조하던 구시대적 관념에서 벗어나 개인의 정체성과 특징을 존중하는 새 시대가 도래 했다. 인권의 영역이 중요시되면서 기존에 흑백 논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작은 목소리들에 마이크를 쥐어주겠다는 계몽적 사상도 팽배해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집단으로 묶여 이해당하고 명명된다. 그리고 이러한 명명이 소수자를 향할 때, 획일화된 관념은 더욱 진해진다. 아이러니 하게도, 개인주의와 함께 가시화된 소수자를 뭉텅이로 묶어 분류해버리는 것이다.
그 중에서 노인은 우리 삶에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약자로서 가장 쉽게 정의 당한다. 인터넷에서 본, 혹은 직접 경험한 부정적인 사례를 토대로 사람들은 노인 집단을 특정 혐오 단어로 간단하게 일축한다. 해당 사례가 노인이라고 칭해질 수 있는 특정한 인물에 대한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약자에게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과한 대표성을 부여하곤 한다. 그리고 그 대표성은 혐오의 언어와 함께할 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제는 이 대표성을 반대에 사례에 부여해보면 어떨까.
대표적으로 유투버 박막례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다. 73세에 손녀 김유라 PD와 유투브를 시작한 박막례 할머니는 현재 132만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인기 유투버다. “인생은 70부터 !”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운 Korea Grandma 채널은 말 그대로 인생의 말미라고 생각했던 70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노년의 일상을 그려낸다. 톡톡 튀는 특유의 화법과 지난 세월의 내공으로 던지는 명쾌한 조언들은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패션 유투버 밀라논나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에서 패션을 공부한 노년 유투버 밀라논나는 이때까지 쌓은 패션 지식이나 인생의 이야기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전한다. 자신은 꽃처럼 시들지 않는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밀라논나는 약하고 온정적인 노인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다. 밀라논나의 모든지 할 수 있다는,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말에 구독자들은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엑티브 시니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은퇴 이후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도전하는 시니어 세대를 가리킨다. 기존의 고정관념과 대비되는 엑티브 시니어 세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미 노년 계층은 충분히 주체적이고 성숙한 어른으로 존재한다. 과대대표 된 일부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노인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찾고, 개개인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이 나의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
소설 <은교> 속 구절이다. 나는 젊음을 보상으로 칭하고 싶지도 않고 나이듦을 처벌과 속죄의 의미로 해석하고 싶지도 않다. 이 한 줄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이다.
참고 자료
엑티브 시니어 정의 - 네이버 지식백과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