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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세징 May 09. 2020

옥상에서 번지점프하기

생활 속 작은 일탈에서 발견한 일탈의 2가지 긍정적인 기능


1. 틀에 박힌 삶


매너리즘 :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교 숙제를 반복적으로 처리하며 매일 공부만 하는 학생, 일과 생활이 구분 안 되는 바쁜 삶을 사는 직장인, 그리고 심지어는 목표를 이루어보자고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마저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매너리즘에 빠진다.

     

이전 블로그에 환기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작성한 적이 있다. 

https://kshs20.tistory.com/335?category=884144

‘중요한 일을 마친 뒤에는 환기를 하자’라는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요지는, 목표를 이루려고 꾸준한 실천을 하는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정신적, 육체적인 휴식을 취하는 리프레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로또에 당첨되어 매일을 이전과는 다른 짜릿한 하루를 보낸다던가, 스릴 넘치는 모험만이 가득한 삶을 살지 않는 이상 반복되는 삶에서 새로운 신선함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반복되는 삶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 중 한 가지로, ‘일탈‘에 주목해보려고 한다.



2. 생활 속 작은 일탈


’ 일탈’이라고 한다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나의 경우 자우림의 ‘일탈’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선보기 하루 전에 홀딱 삭발을
비 오는 겨울밤에 벗고 조깅을

자우림 - 일탈


자우림의 '일탈'이라는 노래는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곡이다.

하지만 그 가사를 계속해서 곱씹다 보면, 나도 이 노래 가사처럼 일탈에 도전해보고는 싶지만 내가 차분히 유지하며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기에, 일탈을 위해서는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 또한 일탈을 하는 것이 두렵다. 나는 항상 자유롭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에 일탈을 동경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들, 내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선뜻 일탈 행위를 하기에는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삶에 환기를 하고,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대답은 생활 속 ‘작은’ 일탈에서 찾을 수 있다.     


통영으로 무작정 떠나다


나는 1월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3월에 서류를 접수하고 4월에 인적성 시험을 본 후 5월에 면접을 보았을 것이고, 계획대로였다면 지금쯤 모두 취업 프로세스가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적성 시험은 잠정적으로 연기되었고, 이에 따라 나의 취업 준비 기간은 반강제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또한 이와 동시에 교내 도서관을 포함한 모든 학교 시설에 출입 금지 명령이 떨어졌고, 나는 홀로 학교 앞 자취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한 채 간간히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진행하며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던 나는 어느 순간 공부 효율이 떨어지고 스스로가 나태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집을 떠나자는 계획을 세우고, 며칠 뒤 무작정 통영의 섬으로 떠나게 된다.     


비록 통영에서도 평소와 같이 오전 온라인 스터디를 진행하며 섬을 100% 즐기지는 못했지만, 섬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공부하다 문을 열면 보이는 산과 바다는 정신적인 리프레쉬에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섬에서 돌아온 이후, 이전보다 에너지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었고, 갑갑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섬에서의 그 드넓은 자연의 풍경을 떠올리고는 한다.          


햇빛 맞으며 책 읽기    

 

2018년 2학기는 나에게 너무나도 바쁜 학기였다.

수많은 대외활동과 팀 프로젝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20학점을 잘 관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러 활동들에 집중하느라 자투리 시간마저 공부에 투자하는 생활을 반복했고, 나는 금세 에너지가 빠지는 것을 알아챘다.     


중간고사가 끝난 어는 날, 처리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고민을 하던 나는 문득 최근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밖에는 햇살이 너무 따스했고, 나는 도서관과 집만을 반복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평소 읽기를 미루어두었던 책 한 권을 가지고 학생회관 앞 잔디밭으로 향했다.     


우리 학교 내부에는, 캠퍼스 곳곳마다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나는 학생회관 앞 잔디밭, 산학협력관 뒤, 공대와 도서관 사이의 작은 테이블을 오며 가며 독서를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장장 6시간 정도를 야외에서 책을 읽는 것에 집중했다.

비록 그날 해야 할 일을 처리하지 못하여 이후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고, 집에 돌아온 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살이 많이 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의 야외 독서 경험은 바쁜 삶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말아야겠다는 깨우침과 함께 나의 정신을 리프레쉬해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3. 일탈의 필요성


앞서 말했듯 일상 속 작은 일탈은 틀에 박힌 지겨운 삶에서 우리를 꺼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나는 일탈의 기능은 이것뿐만이 아닌, 우리가 틀에 박히지 않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 장난기가 많았고, 독창적인 사고를 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다.     


한 번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것을 스케치북에 그려보라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나를 제외한 반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예시를 보여주신 것과 같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파동형, 선형과 같은 무난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나는 내가 들은 대로의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크레파스로 스케치북 전체에 무작위적인 모양으로 색을 칠했고, 가위와 풀을 이용하여 종이를 자르고 다른 종이를 붙이기까지 했다.     

나의 모습을 본 선생님께서는 왜 스케치북을 가지고 장난을 치냐고 하셨지만, 나는 그것이 내가 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이기에 조금은 억울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억울한 마음 때문에 지금까지 그 당시의 기억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남들과는 다르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 것이 일탈이라고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 나는 이 행위가 바로 일탈이라고 생각한다.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은 내가 남들과 다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상상하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려 하지 않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며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괜한 일로 인해 안정을 깨뜨리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용기를 가지고 일상에서 한 발짝 밖에 나와보는 사람들에게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힘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이 지겹다고 생각이 드는, 또는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구독자 분이 계시다면, 조금만 용기를 내어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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