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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금 Aug 22. 2021

최근에 펑펑 운 영화장면: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란

프랑스 영화 / 해피 이벤트(2011)







지하철에서 날 쏟아버리게 만들었던 장면.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바바라.

지도교수님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유망한 학생으로

논문을 완성하면 조교수 자리도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결정한 임신에 삶이 뒤집히고 말았다.




임신기간 내내 감정적이고 상황적인 혼란을 겪으면서도 논문에 매달렸다.

출산 후에도 육아에도 마찬가지.

아기 레아는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바바라는 육아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아 힘들어한다.

남자친구인 니코와도 불화가 잦아진다.




꿈 많고 열정넘치던 젊은 커플의 몰락.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다 가정을 위해 일반 사무직으로 이직한 니콜라스.

모유수유&아기양육을 동시에 잘 하면서 철학과 조교수가 되고싶은 바바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기 레아.




셋 모두 삶에 집중하지 못한다.

지도교수님도 논문이 주제에서 너무 벗어났다며 질책한다.

조교수 자리는 이미 다른 남자에게 넘어갔다.

바바라는 너무 지쳐버린다.

아기 레아와 남자친구 니코를 버려두고

그토록 싫어하던 엄마집으로 돌아간다.




옛친구를 만나 예전처럼 꾸미고 클럽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돌아온 밤.

어린 시절 살던 방을 둘러보다 생각에 잠긴다.




후설, 칸트, 하이데거.
모조리 읽었지만 소용없었다.
철학은 문제해결은 커녕 개념에만 갇혀있었고
현실에서 나는 무능력했다.




그리고는 1년 반 동안 매달렸던 철학 논문,

'타인의 질문'을 영구삭제한다.

준비 안 된 임신, 혼란스러운 출산, 정신없는 육아를 하면서도 매달렸던 철학 논문.

이는 어쩌면 바바라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바라는 그 이후 임신과 출산에 관해 솔직한 경험담을 쓰기 시작한다.

한 성인이 '엄마'이자 '보호자'이자 '양육자'가 되는 시간들을 써내린다.

가감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다 떨어내버리고 아침을 맞는다.




바바라는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아이의 엄마가 되었음을 그때서야 인정한다.

이때 루이즈 보르고앙의 연기가 압권이다.

'베일을 쓴 소녀'에서도 굉장히 돋보였는데

이 영화에서도 굉장히 심오한 인물의 변화를 잘 드러냈다.




그 이후 니코와 아기 레아를 만난다.

눈이 오는 날, 한 카페에서 가족이 재회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나는 굉장히 결말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러지 않은 사람이 있나보다.

꽉 닫힌 엔딩이라 생각했는데..�









바바라가 자신의 과거를 떠나보내는 장면,

여지껏 사수해온 정체성을 영구삭제해버리는 장면,

새롭게 변한 자신을 마주하는 장면,

저 장면에서 쉴새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하철만 아니었다면 엉엉 울었을 것이다.




나 또한 학업의 길, 논문연구, 해외대학 학위,

저 작은 명예에 놓지 못하는 욕심이 있기에..



안 되는 것에 괜히 오기부리는 것 아닐까,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내가 감히 넘보는 것 아닐까,
시간 낭비하며 헛꿈만 들이키는 것 아닐까..



아직도 이 고민들을 하는 나 자신이 바바라와 겹쳐보이면서

과감히 현실을 마주하고 바라던 정체성을 포기하는,

용감한 바바라의 모습에 눈물을 쏟아버리고 말았다.




나는 바바라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용기로 내 진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인정할 수 있을까.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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