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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금 Sep 01. 2019

인기 많은 너에게 매력을 느꼈던 이유

이별로그 : 8일차


시간이 갈 수록 점점 괜찮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일주일이 긴 시간은 아니긴 하지만 어째 갈수록 더 외롭고 더 선명하고, 힘들다.


 오늘은 하루종일 방구석에 누워있었는데, 카페 가서 혼자 앉아있든 뭘 하든 안 씻고 방구석에 누워서 과자같은 걸 줏어먹는 짓은 이제 안 해야겠다. 나는 이런 식으로 쉬는 사람은 아닌가보다.


오늘 뒷통수가 납작해 지도록 누워있으며 생각한 것들.


1. 나는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나


내가 사람에게 반하는 요소 중 하나는 ‘대인관계’다. 누군가 주변에 사람이 많고, 인기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남녀를 불문하고 강한 매력을 느낀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나는 고등학교때 크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다른 집단에서 은근슬쩍 은따 비슷한 것을 당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집단이나 그룹이 생겼을 때 항상 인간관계에 방어적이고, 그건 나의 오랜 컴플렉스였다.


 그런데 데이트 상대가 좋은 인간관계를 갖고 있을 경우 내가 동경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그것이 커다란 매력으로 나에게 어필하는 듯하다.


내 나이쯤 되면 여자들은 ‘친구 많은 남자’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약속과 술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친구들과 사이가 좋고 인기가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나도 인기가 있는 사람처럼 특별하게 느껴져서 그렇다.


나는 결국 그 사람 자체보다도 ‘특별한 사람이 나에게 주는 애정’이 좋았던 것이고, 그래서 ‘특별했던 내가 갑자기 특별함을 잃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종종 사귀었던 사람들이 가진 무언가를 내 것으로 착각하곤 했다. 그의 지성, 능력, 화목한 가족... 가져본 적 없는 건 잃을 수도 없다고, 그가 가진 매력을 동경 했지만 그와 사귀었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내 것이었던 적은 없다.


인간관계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할 내 숙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인생의 해결사는 나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기.


2. 외로움과 심심함의 촘촘한 경계


누가 그랬었다. 외로울 때마다 혹시 내가 심심한 건 아닌지 잘 생각해보라고. 그런가. 외로움은 내 인생을 관통하는 정서였는데, 혹시 내가 심심했던 것일까.

오늘 가만히 누워서 맛집 포스트를 보다가, 여기 갈래? 라고 말할만한 사람이 딱히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헤어진 남자친구가 생각나 외로워졌다. 그런데 이건 그냥 심심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간이 많은데 갈 데도 없고 같이 갈 사람도 없다”는 확실히 심심하다에 가깝다.


 이 ‘심심한’ 마음이 해결되면 ‘외롭다’는 소모적인 감상은 상당부분 해결되지 않을까. 문제는 뭘 해야 이 심심함을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점.


헤어진 다음날처럼 가슴을 치며 울진 않아도 아직 가슴 아프고 그립다. 뭘 해도 전 남자친구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잘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보고싶지 않냐고 묻고 싶기도 하고. 그러다 헤어지던 날 차가운 얼굴이 떠오르면 가슴이 덜컥 하고.


‘함께였을 때 즐거웠으니 됐다’ 하고 보내주는 건 언제쯤 가능할까. 가을이 다 지나면 잊을 수 있을까.



이별 8일차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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