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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금 Aug 31. 2019

토요일에 혼자 할 수 있는 것들

이별로그 : 7일차 



1. 브런치에 글 쓰기

이별 후 일주일동안 내가 했던 것 중 가장 잘 한것, 브런치 응모하기. 사실 승인이 날 줄 몰랐는데 이틀만에 합격 통지(?) 메일을 받아 뛸 듯이 기뻤다. 매일매일을 기록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위로가 된다. 글쓰기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묶어두는 힘.


 어디서 봤는데, 일상의 힘은 a4용지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은 당장 느끼기에 별 효과가 없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장씩 쌓아올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견고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글쓰기는 일상을 쌓아올리는 좋은 도구다.    



2. 쇼핑하기

S씨의 말처럼 나를 위한 물건을 샀다. 그동안 데이트 하느라 빠듯했던  생활비 쪼개서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 다 결제했다. 가을 신상 옷이랑 화장품, 러닝을 시작해볼까 싶어 운동복도 샀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놀려고 아이허브에서 영양제도 샀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과 시간은 사랑의 확실한 증거라는 말도 있지 않나. 당분간은 나를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써보려고.    



3. 카페에서 쉬기

연애하기 전에는 책 한권, 맛있는 커피, 스마트폰만 있으면 카페에서 10시간도 너끈히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는 혼자서 카페에 가는 시간이 늘 곤욕이었다. 같이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혼자있다는 게 지루하고 못마땅해서였다.


 연애할 때 나는 내 모든 여가를 상대와 함께 하고싶어한다. 같이 있지 못하면 서운해하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사회성을 한계치까지 소모했던 것 같다. (사회성은 소모되는 에너지가 맞다)


 누구와 함께더라도 나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앞으론 내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든 내 생각, 내 마음, 내 감각들을 명확하게 되살릴 수 있는 나만의 휴식 시간을 꼭 갖기로 했다. 


*가족이 불편한 사람들은 꼭 카페에서 쉬기를 추천한다. 가족과 함께인 집에 누워있는 시간은 결코 휴식이 아니다.


4. 독서

먹기, 게임하기, 책 읽기 중 스트레스에 가장 효과적인 뇌 활동은 독서라고 한다. 게임은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고도 하고. 이럴 때를 위해 사람은 자기의 독서 취향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우울한데 억지로 읽는 책이 별로면 더 짜증나니까. 


나는 이렇게 마음이 어지러운 상황에서는 소설보다 잡지나 자기계발서가 더 잘 읽힌다. 저자는 내 또래 여성이거나 인생 경험이 풍부한 여성. 아무튼 여성. '나 자신을 아끼는 법' '내 통장에 돈이 있어야 하는 이유' '혼자 가기 좋은 서울 카페' '지나간 연애 잊는 법' 이런 거. 누군가에게는 심심하고 피상적일 지 몰라도 나처럼 자기를 돌보는 일에 서투른 사람들에게는 잡지나 책에서 동시대 여성의 충고, 감상보다는 방법 중심의 짧은 글귀들을 읽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읽고 있는 건 유튜버 미내플님의 책 '신경써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와 어플 '알렛츠' 랄라정님의 칼럼들. 한줄 한줄이 다 주옥같다. 텍스트에 위로받는 느낌, 오랜만이고 참 좋다. 


하지만 한 번도 안 싸우고 이해심으로 보듬던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상황을 겪으면서, 정작 상대방이 바란 적 없는 이해심은 관계를 보장해주지 않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갈등은 꼭 직면해야 할 문제를 알려주는 요소이고, 긴 관계를 위해선 잘 다뤄야 하는 것이었다.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계의 성숙도를 재는 척도였다. 나는 관계에 갈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 '신경써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中


인연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멀리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음의 주소지를 옮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이별을 두려워하지 말자. <타이탄의 도구들>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뭔가가 당신을 수긍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뭔가를 수긍할 수 없어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이제 방향을 바꿀 때가 된 것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이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 아니듯. 그냥 그때 행복했던 것만으로도 그 인연의 가치는 충분하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 '알렛츠' 랄라정 칼럼 中



이별 7일차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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