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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금 Sep 03. 2019

이별 후 내가 새로 시작한 것들

이별로그 : 10일차



연애가 끝날 때마다 공허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관계가 끝났다는 것에서 오는 공허감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연애와 연인으로 채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런 사람들은 이별했을때 단순히 남이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게 아니라 나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아플 것이다.


 자기만의 일상이 연애로 침범 당하지 않을 만큼 튼튼한 사람들은 이별의 스트레스를 빠르게 극복하는 듯하다. 일상이 견고하다는 건 내 범주의 일은 모두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뜻인데, 즉 나처럼 연애가 내가 즐길 수 있는 모든 취미가 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연애와 타인의 감정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취미는 연애였다. 나는 항상 연애에 나의 돈과 시간, 감정,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고 연인은 항상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가족이었다. 나는 언제나 연애에 뜨겁게 몰입했고, 그 연애가 끝났을때의 스트레스는 말할 수 없이 컸다. 모든 이별에서 나는 거의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스트레스를 안고 다음 연애로 황급히 도망쳤다. 그 다음 연애가 똑같이 끝나버리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연애를 하며 새롭고 완결된 하나의 세계를 만나고 싶어한다. 다른 취향, 다른 해결책, 다른 대화법, 다른 언어에서 영감과 즐거운 자극을 받는다. 처음에는 나의 연애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고, 점점 사라지는 나를 나도 어찌할 수 없을 즈음 매번 이별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나를 빼고 나면 텅 비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나 또한 상대방이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만 채워진 어떤 존재라면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연애하면서 흐려졌던 나와 나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이번 주부터 여러가지 것들을 새로 시작했다.


1. 독서모임


애인이 있었을 때는 주말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못했던 유명 독서모임을 신청했다. 독서모임을 등록하면 강제로 책을 읽어야 하기도 하고, 주말에 또 뒷통수가 납작해 질 때까지 누워있고 싶지는 않기때문에. 혼자 집에 누워있는 것만 안 하면 이별은 반쯤 극복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애인이 없어지고 나니 내 곁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양한 사람들은 항상 내 영감의 원천이었는데. 이제 다시 글도 부지런히 읽고, 사람들도 만나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대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다. 부디 다양한 에너지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를.


2. 러닝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러닝'에 대한 도전은 싫어하는 걸 해보는 일종의 챌린지다. 두려운 것, 싫어하는 것을 넘어설 때 사람의 내면은 성장한다고 한다. 유명 런 클럽에 가입하는 걸 목표로 틈날 때마나 달리기로 했다. 오래달리기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체력도 늘고, 그리고 이 아름다운 가을 밤공기를 그냥 보낼수는 없으니까. 숨가쁘게 들이마시고 마음껏 두근거릴테다. (그리고 이 핑계로 장비 쇼핑도 좀 했다.)  



3. 춤 배우기


가장 기대되는 활동 중 하나! 나는 타고난 흥은 많지만 본투비 몸치다. 이 참에 선생님을 구해서, 하고싶었던 안무 영상을 마스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동안 열심히 배우고 레슨 마지막 날 영상을 찍어보기로 했다. 한 달 동안 걸그룹이 된 것처럼 춤에 몰입해보려고. 지난 번 이별했을 때는 노래를 배웠었는데, 노래든 춤이든 발산하는 형태의 활동은 이별 후유증을 이겨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4. 등산


오늘 직장 동료랑 이야기하다가 급 결정한 것. 겨울 한라산을 혼자서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산을 좋아하는 편인데, 올라가는 동안 묵묵히 걷는 시간이 좋아서다. 그 시간만큼은 내 생각과 나의 호흡에 집중할 수 있어서.


 트레이스 맥밀란이 테드 강연에서 "나 자신과 결혼한다는 것은 나를 데리고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나는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BkCVgOSeLA) 나는 등산할 때마다 항상 이말을 생각한다. 나는 절대 나를 떠나지 않는다. 외롭고 지루한 길을 걸을때도, 고요한 정상에 다 다랐을때도 나와 함께 있는 건 나뿐이다.


이별 10일차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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