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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 Dec 25. 2023

그림을 콘텐츠로 바꾸자 인스타 댓글이 늘었다

 그림과 콘텐츠의 차이점 in SNS


그림과 콘텐츠는 다르다 

반응에서부터 그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그간 SNS란 것을 하지 않았기에 내가 간과했던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림이면 그 자체로 콘텐츠인데 뭐가 다르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SNS 상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한 컷에 그림과 이야기가 모두 담긴 인스타툰은 제외). 이건 걸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실이다.


가령,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가 인스타그램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A)작품만 업로드하는 것과 (B)작품을 작업노트와 함께 업로드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반응이 좋을까? 당연히 후자인 (B)일 것이다. 물론, 반 고흐라면 작업의 결과물인 작품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반응을 얻겠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사람들은 그가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는지(작업노트), 그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작업과정), 그기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그림을 그리는지(라이프스타일), 그가 어느 화랑이랑 계약해서 수입을 얻고 있는지(현실적인 노하우) 등의 '콘텐츠'를 궁금해할 것이다. 즉, 콘텐츠는 보는 사람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제공한다. 그림 그 자체도 콘텐츠이지만 그림에 얽힌 외적인 스토리는 더욱 강력하고 풍성한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인스타엔 콘텐츠를, 전시장엔 그림을

전시장이라는 화이트큐브 안에서의 그림은 그 자체로 완벽한 콘텐츠이다. 왜냐하면 전시장은 감상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 색감, 구성' 등의 표면적인 아름다움부터 그것을 통해 읽게 되는 작가의 의도까지 오직 '그림'에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감상한다.


반면, SNS인 인스타그램에서의 그림 자체는 약한 콘텐츠가 된다. 왜냐하면 인스타는 '공감과 소비'가 주요 목적이기 때문이다. '감상'이 주목적이 아닌 것이다. 인스타는 기본적으로 손가락의 '탭'을 통해 빠르게 이곳저곳으로 넘어가므로 그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따라서, 오직 '그림'만 있는 경우는 잘해야 'just good'이란 단편적 인상과 함께 빠르게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된다. 반면, 어떠한 유형이 되었건 그림과 얽힌 '스토리'가 있는 경우 사람들은 그곳에 조금 더 머물고, 보다 더 집중하고, 보다 더 공감하게 된다. 더 나아가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남긴다. 그림이 자신의 고유한 스토리와 결합할 때 인스타그램에서 보다 더 강력한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그림을 콘텐츠로 바꾸자 댓글이 늘어났다


그림 + 간략한 역사를 함께 쓰기


사실 고백건대 나의 그림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아직 '콘텐츠'로 거듭나진 못했다. 나는 인스타그램이 워낙 시각 기반의 매체이다 보니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록 훑을지라도 짧은 글이라면 언제나 옳다! 서울근대건축물 일러스트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해당 건축물의 간략한 역사를 함께 올렸고, 이때부터 1) 댓글이 늘었고, 2) 주기적으로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바로 직전에 빈티지 카메라 시리즈를 업로드할 때와 반응의 수가 확연히 달랐다. 이 때는 게시물에 이름/브랜드/제조연도 외에 설명을 달지 않았다. 때문에 사실상 댓글을 달만한 건덕지(?)도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기종이나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함께 올렸다면 더 풍성한 콘텐츠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 지금은 감사하게도 그림마다 더 구체적인 피드백의 댓글이 달리고 있고, 이를 통해 다음 콘텐츠 구상에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좋아요/댓글/공유/저장] 반응 비교  (좌)그림만 올린 게시물 (우)내용이 있는 게시물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도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될 때가 있다. 여전히 나의 그림과 그림생활을 콘텐츠화시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인스타 팔로워를 늘리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그림을 알리는 활동이었다면, 그림을 콘텐츠화시키는 것은 나의 그림으로 보다 더 깊이 초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느리지만 꾸준히 양질의 그림계정으로 거듭나길 희망하는 중이다!



https://brunch.co.kr/@saha-fff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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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 @saha.ffff

아날로그 로맨스, 디지털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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