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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May 17. 2021

반려견을키우겠다고요?

치노가 집에 온 지 어느새 9개월이 돼간다. 6월 생인 치노는 이제 곧 1살이 된다. 그 사이 치노는 처음보다 몸무게가 두 배는 넘었고(대부분 허리로 영양분이 갔는지, 치와와인데도 마치 닥스훈트처럼 허리가 길어졌다), 성격은, 슬프게도 좀 안 좋아졌다. 처음 데려올 때부터 겁이 많고 입질이 좀 있었고 나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나아지지가 않았다. 요즘도 성질이 나면 가족이고 뭐고 물어버린다(우리 집 필수품은 밴드와 빨간약이다). 나를 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린아이들까지 물 때는 정말 화가 나고, 뭐하러 강아지를 입양했나 후회도 했었다. 주변에 착하고 순한 개들만 눈에 띄고, 그 개들이 어찌나 부럽고 예뻐 보이던지.


치노는 잘 짖는다. 집에서도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짖고 본다. 아파트에 사는 나로서는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나마 겨울 동안에는 창문을 닫고 살아 괜찮았는데, 날이 더워지는 요즘 거실 창을 열어두면 창틀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만 보여도 짖어댄다. 저층에 살기 때문에 소리도 더 잘 들리고 사람들 지나다니는 모습도 잘 보여서 창밖을 내다보며 신이 나서 짖는다. 그럴 때마다 혼을 내고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기도 하는데, 올여름 창을 열고 지내기가 어려울 거라는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인지.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왔을 뿐인데, 참 많은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고양이 모카와 사이좋게 지내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다. 결론은 참담한 실패다. 둘은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린다. 모카의 하악질과 치노의 비명이 온 집에 울린다. 좁은 집에서 서로 피해 다닐 수도 없는데 어찌나 원수 보듯 싸우는지. 둘의 공간을 분리하려고 가구 배치며 짐 정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양이가 있는 집에 강아지를 데려온 특수한 경우라 처음부터 각오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둘 다 너무 겁이 많고, 까칠하다. 모카는 그렇게 16년을 살았으니 어쩔 수 없다치지만, 치노는 처음 집에 올 때만 해도 다를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냥 둘이 서로 오래된 부부처럼만 지내도 바랄 것이 없었는데, 지금 둘은 이혼 법정에 선 부부처럼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치노는 사람들을 보면 짖는다. 다른 강아지를 보고도 짖고, 가끔은 가족에게도 짖는다. 아직 강아지였을 때는 낯설고 겁이 많아 그러려니 했었다. 다른 개를 보고 짖는 걸 줄이려고 산책도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에 나갔고, 애견들이 모이는 곳에서도 겁먹지 않게 안고 있거나 천천히 적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나마도 싫어하는 것 같아 이제는 가지 않는다. 소음에 익숙해지기 위한 파일도 다운로드하여 틀어주는 훈련도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tv 동물농장>이나 <세나개> 프로에 나오는 비슷한 상황을 보고 훈련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을 보면 너무 짖으니까 입마개를 사서 채워보려고 했지만 손가락만 물리고 말았다. 그럴 때면 치노는 작은 괴물이 된다. 저렇게 작은 애완견에게도 물리면 피가 나고 며칠을 고생하는데 큰 개가 그런다면 정말 무서울 거란 생각이 든다.



강아지 때는 어리고 작으니까 겁이 많아서 물고 짖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1살이 다 된 치노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아니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어제는 같이 밖에 나갔는데 어찌나 짖어대던지, 덜컥 겁이 났다. 우리 가족이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같이 지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물론 치노가 매일을 그렇게 지내는 건 아니다. 사랑스러울 때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를 준다. 가만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 어렸을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품에 안고 있을 때 심장 뛰는 느낌도 너무 좋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가족의 마음을 몰라주는지. 아이들은 치노에게 물리면서도 치노만 보면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무서워서 엄마나 아빠가 대신 잡고 안아줘야 하지만 치노를 안고 있으면 너무나 행복해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같이 지낸 모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그 감정을 느껴주고 싶어서 치노를 가족으로 선택했는데, 마음 편히 그럴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


치노를 입양하기 전에 아주 오랫동안 고민을 했었다. 거의 1년은 넘게 고민한 것 같다. 일단 가족이 되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진 책임을 다해야하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입양을 했던 건 반려견이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에게 줄 정서적 안정과 위로 때문이었다. 유난히 예민한 아이들이 반려견을 통해 편안함과 교감을 얻기를 바랐었다. 아이들 역시 반려견을 너무나 원했고, 그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내가 너무 큰 걸 바랐던 걸까? 미디어나 주변에서 너무 좋은 얘기만 들은 탓일까? 우리 모두 너무 반려동물의 좋은 점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혹여 나쁜 점이 있어도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게 아닐까?


반려견을 키울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특히나 다른 반려동물이 있는 상황에서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더 깊게 고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반려동물 사이의 관계는 쉽게 알 수 없다. 세상에는 미디어나 책에 나오는 누구하고나 친해지고 화목한 반려동물만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꼭 알았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나는 시간을 돌린다 해도 치노를 품에 안을 것이다. 그 작은 심장에 내 귀를 기울일 것이다. 치노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성향이 아주 다른 쌍둥이 아이들을 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모카도 치노도 사랑스러울 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미울 땐 집밖으로 뻥 날리고 싶을 만큼 미워지기도 한다(사실 이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엄마니까 사랑은 마음껏 할 수 있어도 미운 걸 밉다고 대놓고 그럴 수는 없다. 솔직히 그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그랬듯이, 아니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철없어 하는 일이라고 마음 넓은 엄마처럼 넘어가주고 싶다.

눈뜨자 마자 엄마랑 헤어져 홀로 주인을 기다리며 견뎠을 아기 치노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이쁘게 봐주고 싶다.   


 

치노야, 엄마는 기다리고 있어. 치노가 사랑스럽고 늠름한 반려견이 되어줄 그날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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