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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Sep 24. 2020

과연 고양이와 강아지는
달달할 수 있을까?


강아지를 입양하겠다고 결정하고, 초소형견인 장모 치와와를 선택한 이유는 무조건 모카보다 작은 강아지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카는 겁이 많고 소심하며 까칠하고 성격이 그냥 그런 나이 든 고양이다. 모카 때문에 강아지 입양은 먼 나라 얘기였지만, 더는 가족들의 오랜 로망(?)을 외면할 수 없기에, 입양을 결정했었다.


처음 치노가 집에 온 날, 모카는 어딘가로 숨어들었고, 며칠 동안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 모두 치노에게 흠뻑 빠져있었기 때문에, 모카는 늘 그러니까,라고 넘어갔다. 치노는 울타리 안에서 먹고 싸고 놀았다. 저녁이면 누나들 방으로 옮겨서 잠을 잤다. 야행성인 모카는 저녁이 되면 거실로 나와 밥을 먹고 놀았다. 아침이면 치노는 다시 거실로 나왔고, 모카는 아주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조금씩 냄새에 익숙해져 가는 것도 같았다.


"모카야, 그냥 아기야. 아주 작은.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시간이 지나자 모카가 울타리 앞까지 다가와 치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냄새도 맡고(물론 냄새가 별로인지 인상을 쓰는 기분이었다), 치노가 오두방정 떠는 걸 내키지 않다는 듯 보다가 자기 집으로 낮잠을 자러 가기도 했다. 천방지축 치노는 고양이가 뭔지, 아니 성격 까칠한 고양이가 집에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모카를 보고 왕왕 꼬리를 치며 짖기까지 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둘이 잘, 아니 잘은 아니어도 그냥 너는 고양이, 나는 개, 이렇게 지내게 될 줄 알았다.






이 매거진의 제목은 '달달 모카치노'이다.

정말 처음엔 그게 가능할 거라 믿었다. 늙은 고양이 모카가 아기 치노를 품에 안는 그림을 꿈꿨었다. 나의 모카가 드디어, 마음을 열고 친절한 고양이가 되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졌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모를 일이다.


며칠 전부터 거실에 치노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기가 이것저것 주워 먹을까 주변엔 울타리를 쳐 주었다. 그런데 어느 밤, 모카가 하악질 하는 소리에 나가보니, 하우스에 들어가 있는 치노 앞 울타리에서 모카가 치노를 겁주듯이 낮게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치노는 잔뜩 겁을 먹은 듯 집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모카를 혼내고(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 둘이 잘 지내기는 힘든 게 아닐까 고민에 빠졌다. 울타리가 너무 작은가 싶어 다음날 바로 더 넓게 치노의 공간을 만들었다. 모카의 동선과 최대한 겹치지 않게 했지만, 한정된 거실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둘이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카는 주로 거실 소파 위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소파 아래 쿠션에서 잠을 잔다. 치노는 거실 바닥에서 생활한다. 고양이는 수직으로, 강아지는 수평으로 생활하니 두 공간을 잘 분리해 주라는 전문가의 조언대로 최선을 다해 둘의 공간을 분리했다.


몇 번의 하악질로 나는 치노가 모카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다. 모카가 치노보다 덩치가 3배 이상은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모카가 치노를 무서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자기가 치노보다 14살이나 많고 3배는 더 크니까.


하지만 내가 틀린 걸까. 모카가 거실 카펫에 앉아 멀리서 또 치노를 바라보자, 모카를 향해 치노가 미친 듯 짖어댄다. 그럼 모카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며 집으로 도망을 친다. 이걸 본 치노는 모카에게 더 신나게 짖어댄다.


"모카야, 도망치지 말고, 하악질이라도 해. 울타리가 있잖아. 저 작은 애가 뭐가 무섭다고 그래!"


아직 어린 치노가 단순히 모카와 놀고 싶어 짖는 것일지도 모른다. 뭔가 커다란 게 자꾸 위에서 왔다 갔다 하니 신기해서 짖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뒷걸음질 치는 커다란 고양이가 만만해서 짖는 거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모카는 내내 치노를 피해 다닐 테고 치노는 재밌다고 모카를 쫓아다닐 텐데, 동물농장에 나오는 '어수선 우당탕 괴성의' 집이 돼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노가 온 지 이제 고작 3주.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할 순 없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둘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이제 그림 같은 장면은 바라지도 않을 테니, 둘이 그냥 데면데면한 오래된 부부처럼 서로 다투지 않고 담담히 살아가기만을 바란다.



밥은 엄마가 다 주잖니? 그러니 제발 싸우지 말자.

엄만 너희 둘 다 공평하게 사랑한다(솔직히 이건 좀 자신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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