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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Dec 16. 2021

내가 가진 온 힘을 다해

우리 <먼길로 돌아갈까?>, 너무 일찍 헤어지지 말고.




두 여자, 크리스틴과 게일은 싱글이고 반려견과 함께 산다. 크리스틴은 쉐퍼트 믹스인 루실을 게일은 말라뮤트인 클레먼타인을 가족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사랑한다.

둘 다 예민하고 알콜 중독의 경험이 있지만, 반려견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 마음을 열고 진정한 친구가 된다.

30대의 크리스틴은 열정적으로 카누를 탄다. 40대의 게일은 크리스틴에게 카누를 배우고, 함께 여행을 가고, 동네를 산책하며, 여자들만의 끝없는 수다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둘은 작가이기 때문에, 비슷한 면이 많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존중할 줄 안다. 둘은 나이가 들어 70대가 되면 같이 의지하며 살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그들의 미래는 다른 그림을 그린다. 42살이 된 크리스틴은 폐암에 걸려 짧은 삶을 마감한다.


홀로 남은 게일은 그녀의 죽음을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다른 한 사람의 생생한 고통의 기록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후 게일은 반려견 클레먼타인에 기대 삶을 살아낸다.

저자인 게일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 해 전 아직 젖먹이였던 첫아이를 잃은 친구가 있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슬퍼하던 그녀가 들은 뼈아픈 위로의 말들 가운데, 죽은 사람에게 느끼는 강렬한 의리를 이해하는 어느 남성의 한마디가 있었다.
“진짜 지옥은,” 그가 친구에게 말했다.
“이것을 결국 극복하고 산다는 사실입니다.”
불가사리처럼, 제 살이 잘려나가도 심장은 죽지 않는다.



몇 년 후, 사랑했던 반려견 클레먼타인도 노화로 세상을 떠난다.

게일은 이제 상실에 익숙해질까?





어떤 죽음도 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추억으로 언제든 우리 앞에 되살아난다.

이상하게도, 장례식에 가 본 일이 거의 없다. 내 곁이라고 ‘죽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나의 죽음 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프다.

아직까지는 운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는  알고 있다.

크리스틴처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의 죽음이 모든 죽음 보다 앞서기를 바라지만, 그건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에겐 또 다른 가슴 아픈 상처일 뿐, 나약한 기대이다.


어제 친구와 통화를 하며, 고교 동창의 투병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는 결혼을 하지 않고 어머니와 둘이 살다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암은 이미 여러 곳으로 퍼졌고, 아직도 열 몇 차례의 항암이 남아 있다고 한다. 어머니도 몸이 안 좋아 동창은 지금 요양원에서 혼자 지낸다고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통화할 때면 언제나 밝은 얘기를 한다고.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와 동갑인 그녀에게 닥친 불행이 가슴 아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녀를 만난 적이 없어서, 그녀는 나에게 영원히 열 다섯 여고생으로 기억된다. 병실에 홀로 누워 있을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알고 있다. 누구도 병과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 역시 지독한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자꾸 잊는다. 누구도 아프지 않고, 죽지 않고, 슬프지 않을 것처럼.

마치 그런 세상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친구가 나아지기를 바란다. 나와 다시 만날 일이 없다해도, 완전히 낫지 않는다해도, 그녀가 고통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를.


게일 역시 그런 마음이었겠지. 반려견이 죽었을 때, 게일은 크리스틴이 있는 곳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나도 그런 마음이다.

언젠가 나를 떠날 누군가, 어쩌면 16년을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거나 한 살 강아지일지도 모를,

그 모두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세상에서 날 기다리고 있기를.

나 역시 그곳에 간다면 남겨진 이들을 지킬 것이다.


내가 가진 온 힘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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