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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Dec 31. 2021

굿바이 2021

잘 버텨 준 나에게


2021년 마지막 날, 되돌아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해 한해 나는 늙어가지만, 아이들은 가장 빛날 10대가 되어간다.

쇠락과 번영이 한 공간에서 조화롭기를 바라며,
지난 한해를 정리해봤다.



1. 캠핑카와 함께
여행과 캠핑에 진심인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 마음껏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고민 끝에 캠핑카를 구입했다. 9년 차 캠퍼인 10살 아이들과 반려견 치노에게 자유로운 여행을 선물하고 싶다는 이유였지만, 정작 나와 남편이 더 좋아하게 된 캠핑카 여행. 덕분에 대출 잔고는 늘었지만, 내년에도 우리만의 공간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

2. 치노와 더 가까이
20년 9월 입양한 치노와 온전히 한 해를 보냈다. 초반에는 기대와 다른 모습에 후회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연히 우리집 막내가 되었다. 말썽도 많이 부리지만, 영원히 철들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하면서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3. 줌으로 배우며
작년에는 대면 수업이 어려워 참여하던 모임이나 수업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다행이 올해는 도서관이나 기관에서 줌으로 수업을 진행해, 집에서도 여러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배움에 늘 목마른 나에겐, 오히려 줌으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한해였다. 내년에도 새로운 과정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4. 일기의 생활화
1년 동안 빠지지 않고 다이어리에 일기를 썼다. 별 내용이 없는 날도 많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해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대견하다. 물론 전자기기에 일기를 써도 되겠지만, 다이어리에 직접 손으로 쓰는 일기의 뿌듯함을 따라올 수는 없을 것 같다. 내년에도 일기 쓰기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5. 책이 나를 위로하고
올해 목표는 100권 완독이었다. 오늘 읽은 책을 세어보니, 완독이 84권이다. 100권에는 못 미치지만, 읽다 만 책도 꽤 되니까, 얼추 100권을 채웠다고 혼자 위로한다. 읽은 책들을 살펴보니, 몇 권은 뚜렷이 기억이 나지만, 몇 권은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내년에는 권 수도 중요하지만, 깊이 있는 책 읽기를 해봐야 겠다.

6. 아이들을 품에 안고
올 해도 작년처럼 학교에 간 날보다 가지 않은 날이 많았다. 힘들다면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 10살,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마도 내년엔 둘 다 사춘기가 시작될 것 같다. 2022년의 목표 중 하나는 '사춘기 딸들과 잘 지내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상처를 치유하고 안정이 되어야 한다.

7. 남편과 걸으며
작년부터 코로나로 재택을 하는 남편과 자주 감정싸움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 산책길에 가끔씩 남편이 동행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를 하고, 아이들에 대해 의논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남편과의 마음의 벽이 조금씩 무너져갔다. 코로나로 친구와의 만남도 뜸해지고, 수다가 떨고 싶을 때면 남편과 걸으며 얘기를 하는 게 좋았다. 남편은 주로 얘기를 듣는 편이라 맘 편히 친구에게 하듯 수다를 떨 수 있었다.

8. 온라인에 쓰고 공감하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가 모르는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세상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그저 작은 우주먼지일 뿐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 한해였다. 내년에도 지치지 않고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9. 건강하게 무사히
올 한해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넘어가고 있다. 다행이 가족 모두 코로나에 걸리거나 크게 아프지 않았다. 몸에 나쁜 습관을 모두 버리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걸으려고 노력했고, 잘 자고, 잘 쉬려고 노력했다. 건강식품을 챙겨 먹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애썼다.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가길 바란다.





12월 31일, 이제 올 한해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마지막 대청소를 하고 가족과 함께 조용히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올 한해가 나쁘지 않았음을,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해냈음을,
우리 가족 모두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대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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