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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Jan 26. 2021

봄을 기다려 볼까

feat. daiso


며칠 전, 지나는 길에 다이소에 들렀다.

다이소는 나에게, 애증의 집합소 같은 곳이다.

싸다고 덥석덥석 뭔가를 장바구니에 담고난 후, 계산대에 서면,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왔지? 놀랄 때가 많다. 

왠지 속은(?) 기분으로 집에 와 물건들을 꺼내 보면,

하나같이 왜 그리 뭔가 부족해 보이는 물건들뿐인지.

게다가 꼭 필요해서 사 온 물건도 어찌나 잘 망가지거나 부러지는지...


'다신 안 가!'


마음속으로 외쳐보아도 이미 다이소표 물건들이 집 안을 잠식하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다이소를 며칠 전엔 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갔는지, 또 후회 중이다.

그런데 다이소에서 내가 자주 사는 것들 중 괜찮은 것들도 있는데, 바로 가드닝(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식물 키우기다. 게다가 나에겐 가든도 없다)에 관련된 제품들이다. 배양토라든가 마사토 등의 흙과 비료, 화분, 씨앗 등을 주로 사는데 아직 봄도 아니고, 그냥 구경만 하려 했는데, 작은 라벤더 키우기 세트가 눈에 띄었다.

작년에 분명 고양이를 위한 캣글라스 키우기 세트를 사고 고양이가 쳐다보지도 않는 실패를 경험했는데도 또 이런 걸 산 걸 보면 정말 다이소를 원망하게 된다(가계부를 공란으로 놔두고 싶은 계획에 자꾸 차질이 생긴니 말이다).

고작 천 원이잖아, 사자 사, 내 맘속 '될대로되라지'가 외친다(그렇게 천 원짜리 수십 개가 쌓이는 바구니를 보면 참...).



오늘 아침, 그렇게 집 어딘가에 숨겨둔 라벤더 키우기 세트를 꺼냈다.

괜히 창밖의 푸른 하늘을 보니, 봄이 온 것도 아닌데, 혼자 봄을 느껴보고 싶어 졌다.

어제부로 커다란 고민 하나를 날려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세트는 간단하다. 압축 배양토를 화분에 담고, 물을 붓고(도대체 얼마나 물을 부으라는 건지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씨앗을 넣고, 해가 좋은 곳에 두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다. 그런데 너무 간단해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른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정말 새싹이 나기도 하던데, 오늘부터 계속 기다려봐야겠다.

새싹이라니, 단어의 어감만으로도 봄이 와버린 듯 설렌다.

아마 2월 초면 싹이 나올 것 같은데 1월의 불행을 모두 없앨만한 행운을 가져다주면 좋겠다.

그나저나 라벤다로는 뭘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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