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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Jan 25. 2021

산책의 이유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집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 게 요즘처럼 고마울 때가 없다.

1년이면 4분의 1 쯤은 집이 아닌 곳에서 잠들 만큼, 여행과 캠핑을 다니던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요즘,

답답한 마음에 운동화를 챙겨 신고 문을 나선다.


부지런한 삶도 습관이다.

예전엔 걷는 걸 참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든 게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걷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싫고, 쇼파나 침대 위에서 핸드폰만 잡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몇 달 사이, 집밖으로 나가는 일은 더 어려워졌고, 마트에 가는 대신 쿠팡이 대부분의 식재료를 매일 아침 배달해주었다.

편하다면 편했지만, 두 다리는 점점 자기 할 일을 잃어갔다.


지난 가을, 무조건 나가서 걷자 결심했다.

발은 무거웠고, 가야할 길은 멀어만 보였다.

작은 공원을 몇개 돌아오면 40분 정도 시간이 흘렀고, 6000보 가량의 걸음 수가 핸드폰에 찍혀 있었다.

비가 오거나 몸이 아주 안 좋은 날을 빼고는 오늘까지도 잘 걸어다니고 있다.

조금 더 걷고 싶은 날도, 아예 걷고 싶지 않은 날도 있지만,

멈춰 서려는 두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올해는 여러 개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웠다.

그중에 매일 산책하기도 있다.

겨울이라, 한파주의보가 내리거나 폭설이 내릴 수도 있겠지만, 어째든 걸을 수 없을 만큼의 천재지변만 아니라면 이 계획을 지키고 싶다.

걷다 보면,

마음이 유해지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늘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내일도 게으른 마음을 누르며

문을 열고 길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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