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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Jan 27. 2021

라이프 이즈 원더풀


2005년. 미국에 잠시 머물던 시기였다.

우연히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가수의 음악을 들었다.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는데, 이 문장만은 확실하게 들렸다.

정확히 말해, 보였다고 하는 게 맞다.

TV 광고 음악으로 가사와 함께 노래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힐튼 호텔 광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Life is wonderful

가수는 참 여러번 이 말을 외쳤다.

Lalala lalalala life is wonderful~

라라라 라라라라 라이프 이즈 원더풀





아직 이십대였던 나에게 인생은 그닥 원더풀 하지 않았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꿈은 저 멀리에서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고

삶은 예상과는 다르게 늘 뒤통수를 치고 도망쳤다.

사람들은 내가 만만했는지 나를 함부로 대했고, 그들에게 받는 상처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는 바보 같은 짓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내가 나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긴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다니, 아니 인정하다니, 나도 참 어지간히 외골수다.


그때, 저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난다.

슬픈 노래도 사랑 노래도 아닌데,

그 역설에, 삶이 원더풀 하다는 그 거짓이 나를 울게 했던 것 같다.


당시 유명하지 않았던 그 가수가,

2008년 첫 내한 공연을 왔다.

그때쯤엔 그래도 매니아들 사이에서 나름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가 바로 지금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제이슨 므라즈다.

당시 집에서 가까웠던 광장동 공연장에 갔었다.

그리 크지 않은 공연장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저 멀리 무대 위에서 라이프 이즈 원더풀이

울려 퍼졌다.

그때도 여전히 그 노래에(정확히는 제목에) 공감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름 꿈이라는 곳에 한발을 걸치기 시작한 나는 인생이 이런 걸까, 막연히 알아가는 중이었다.







요즘 불연듯 이 노래가 떠오르는 날이 많다.

결혼과 출산, 헤어짐과 병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서도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글을 쓰고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누군가를 기르고 돌보고 지킨다는 것이,

그 모든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길고 긴, 터널과 산, 들판과 어둠,

장대비와 눈보라를 뚫고 나온 후에야

인생이 원더풀 하다는 것을

그것이 삶을 대하는 진정한 역설이자 위대함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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