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제목은 언제한번 전체적으로 손봐야겠습니다ㅠ)

by 루트

'딸랑-'

정겨운 종소리와 함께 낡은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자, 밖의 축축한 안개와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나를 감쌌다.

"어, 학생. 오늘은 좀 늦었네?"

주방 커튼 너머로 나를 발견한 사장님이 넉넉한 웃음과 함께 먼저 인사를 건넸다. 몇 번 얼굴을 익힌 사이, 우리는 제법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과제가 좀 늦게 끝나서요. 점심을 놓쳐서... 이른 저녁이 됐네요. 지금 식사 되죠?"

"그럼, 그럼. 안 그래도 막 저녁 장사 준비하려던 참이었어. 머리 많이 썼나 보네, 꽤 지쳐 보여."

나는 멋쩍게 웃으며 익숙하게 구석 자리에 앉았다. 사장님이 두툼한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평소라면 주저 없이 '열 가지 향신료 카레'를 골랐겠지만, 오늘은 왠지 다른 것이 먹고 싶었다.

며칠간 과제에 갇혀 잿더미가 된 기분이었다. 내 안의 불씨에 연료가 필요했다.
나는 천천히 메뉴판을 넘겼다. 감정을 파는 메뉴판.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붉은 토마토와 허브로 맛을 낸 도미 요리].

사진 속 생선은 껍질이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고, 그 위로 선명한 붉은색 소스가 끼얹어져 있었다. 초록색 잎사귀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 강렬한 색의 대비가, 그날 산 정상에서 보았던 노을을 떠올리게 했다.

설명에는 '지친 당신의 바다를 다시 붉게 물들일, 태양의 맛'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격은 카레보다 훨씬 비쌌지만, 망설여지지 않았다.

"사장님. 오늘은 이걸로 할게요. '붉은 소스를 곁들인 도미 요리'요."

주문을 받은 사장님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유쾌하게 웃었다.

"오, 오늘 좋은 거 먹네. 과제 잘 끝냈나 봐?"

"아직이지만… 오늘따라 이게 꼭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알았어. 특별히 맛있게 해줘야겠네. 생선 굽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니까 편하게 기다려요."

사장님은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무언가를 다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게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이 공간만이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색’이었다.
그때였다.

‘딸랑-’

맑은 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저녁 장사를 준비할 시간이라니, 이제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는 모양이라고 무심코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그 아이였다.
첨탑에서, 케이블카에서, 그리고 산 정상에서 나와 함께 있던 바로 그 아이.

내가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만 크게 뜨고 있자, 아이가 먼저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조금 놀란 듯하더니, 이내 그 특유의 맑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라. 여기서도 보네, 모범생?"

"…네가 왜 여기서…?"

아이는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는 대신, 문 옆에 걸린 낡은 앞치마를 집어 허리에 둘렀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행동에, 나는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보면 모르겠어? 나 여기서 일해."

"일을… 해? 여기서?"

"응. 저녁 시간에는 많이 바빠지거든. 점심시간 지나고, 저녁 장사 시작하기 전인 이 시간이 내 출근 시간이야."

아이는 능숙하게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나는 이 우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찾아낸 나만의 샛강이, 실은 그 아이의 일상이 스며있는 곳이었다니.

"먼저 준비하러 갈게."

아이는 짧게 말하고는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주방에서 나온 것은 사장님이 아닌 그 아이였다. 아이의 두 손에는 커다란 흰색 접시가 들려 있었다.

"주문한 거 나왔어. '붉은 소스를 곁들인 도미 요리'."

아이가 내 앞에 접시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고소하게 구워진 생선 냄새와 새콤한 토마토 향이 코끝을 강렬하게 찔렀다.

"…고마워."

"맛있게 먹어. 꽤 비싼 거 시켰네."

아이는 장난스럽게 덧붙이고는, 다시 가게 안을 둘러보며 저녁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아마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오기 전, 테이블을 정리하거나 재료를 확인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과, 이런 식으로 재회했다는 당혹감이 뒤섞여 심장이 어지럽게 뛰었다. 이곳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샛강이라 생각했는데, 그 아이는 이미 이 샛강의 일부로 흐르고 있었다. 수백 가지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언제부터 여기서 일했는지, 어쩌다 이 가게를 알게 되었는지 등 다양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하지만 바쁘게 테이블을 정돈하며 주방과 홀을 돌아다니는 그 아이를 붙잡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산꼭대기에서는 함께 경계를 넘은 동반자였지만, 지금 이곳에서 나는 손님이었고 그 아이는 직원이었다. 그 보이지 않는 선이 낯설고 복잡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나는 그 아이를 잡아두지 못하고, 이내 내 앞의 화려한 요리로 시선을 돌렸다.

고소하게 구워진 생선의 냄새와, 새콤한 토마토와 허브의 향기. 그것은 이전에 나를 깨웠던 '열 가지 향신료 카레'의 묵직하고 이국적인 향과는 또 다른, 선명하고 강렬한 향이었다.

나는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나는 이 다채롭고 풍성한 향기들을 좋아하는구나. 모든 냄새가 지워지고 오직 눅눅한 안개와 희미한 화학 약품 냄새뿐이던 나의 세계가, 이 작은 가게 안에서만큼은 폭발적인 색채와 향기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나는 묵직한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막 껍질을 가르려던 참이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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