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선

by 루트

“이게… 뭐예요?”

하림이 눈물을 닦으며 멍하니 물었다.
접시 위에는 수만 가닥의 가느다란 황금 실들이 엉키고 설켜 둥지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조명 빛을 받은 금빛 선들은 보석처럼 반짝였지만, 입김만 불어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형상이었다.

“엔젤 헤어(Angel Hair). 설탕 공예야.”

아이가 차분하게 설명하며 자리에 앉았다.

“설탕을 녹여서 허공에 뿌려 실처럼 늘어진 설탕을 굳기 전에 빠르게 모양을 낸 거지. 만드는 데 꽤 공이 들고, 망가지기도 쉬워. 영양가는… 당류만 듬뿍이고 제로에 가깝지. 그냥 설탕 덩어리니까.”

아이는 하림에게 포크를 건넸다.

“도시 사람들이 보면 기겁할 거야. 영양가도 없는 걸 만드느라 에너지를 낭비했다고. 기능적으로는 완벽한 ‘쓰레기’지.”

하림은 홀린 듯 포크를 받아 들었다. ‘기능적으로 완벽한 쓰레기’. 그 말이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그녀는 포크 끝으로 그 위태로운 금색 선들을 톡, 건드렸다.

파사삭.

아주 작은 소리와 함께, 공들여 쌓아 올린 둥지의 한 귀퉁이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허무하네요. 이렇게 쉽게 부서지다니.”

하림의 자조적인 말에 아이가 부드럽게 말했다.

“눈으로만 보지 말고, 입으로 느껴봐. 이 ‘무용한’ 것이 어떤 맛을 내는지.”

하림은 망설이다가, 무너진 설탕 실들을 포크로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입술이 닿는 순간 바삭하는 감촉이 느껴졌고, 혀 위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다.
남은 것은 형태도 무게도 없었다. 오직 강렬하고 순수한 단맛, 그리고 혀끝을 맴도는 쌉싸름한 향기뿐.

“...!”

하림의 눈이 커졌다.

“...달아요.”

“그리고?”

“바삭했다가... 금방 사라져요. 허무할 정도로 빨리. 그런데... 기분이 좋아요. 머릿속이 찡할 정도로 달콤해서... 아까 그 교수님의 목소리가 잠깐 안 들렸어요.”

탁했던 그녀의 눈동자에 아주 희미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이는 미소 지으며 자신의 포크를 들어 설탕 실타래를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이건 건물을 짓거나 배를 채우는 데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하지만 방금 네 기분을 조금이라도 달콤하게 만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선들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는 무너져가는 설탕 둥지를 가리켰다.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도 있어. 영원히 남아서 기능을 증명해야 하는 것들은 피곤하잖아. 하지만 이건, 오직 지금 이 순간, 너의 혀끝에서 반짝이다 사라지는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거야.”

나는 하림을 보며 말했다.

“하림아, 네 그림도 그래. 그게 없으면 세상은 튼튼할지는 몰라도, 끔찍하게 지루하고 차가울 거야. 네가 긋는 선들은 세상을 짓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기능을 하는 거야. 정서적 기능. 그게 어떤 의미에선 훨씬 더 고차원적인 기능 아닐까?”

‘정서적 기능’. 그 말이 하림의 마음속 단단한 옹벽에 작은 윕 홀을 뚫은 듯했다. 그녀는 다시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뒤엉킨 선들. 목적 없이 뻗어 나갔으나,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선들. 그것은 더 이상 엉망진창인 낙서가 아니었다. 자유였다.

“기능이 없어도... 괜찮은 거예요?”

하림의 질문에, 아이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더 가져왔다. 짙은 갈색의 초콜릿 소스가 담긴 종지와 숟가락이었다.

“종이 말고, 여기다 그려보는 건 어때?”

아이는 하림의 앞에 놓인 빈 검은 접시를 가리켰다.

“접시를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초콜릿 소스로 마음대로 그려 봐. 마음에 안 들면? 핥아 먹어버리면 돼. 증거 인멸도 완벽하지.”

하림이 처음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숟가락을 들었다. 끈적한 초콜릿 소스를 숟가락 끝에 묻혀, 검은 접시 위로 가져갔다. 하얀 종이 위에서는 그토록 무거웠던 손이, 검은 접시 위에서는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

뚝, 뚝.

그녀가 숟가락을 휘젓자 가느다란 갈색 선이 접시 위에 춤을 추듯 내려앉았다. 직선은 없었다. 원, 곡선, 꼬불꼬불한 선.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들이 접시를 채워나갔다.

“이것 봐요, 오빠. 이거... 꼭 교수님 얼굴 같지 않아요? 찌그러진 호빵 같은.”

그녀가 킬킬거리며 접시 한쪽을 가리켰다.

“어, 진짜네. 눈코입이 다 뭉개졌는데?”

나도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하림은 웃으면서 자신이 그린 ‘교수님 얼굴’을 손가락으로 푹 찍어 입에 넣었다.

“음, 달다. 교수님은 쓴맛일 줄 알았는데.”

그녀의 얼굴에서 비로소 그늘이 걷혔다.

“기능은 없어도 돼요. 그냥, 제가 좋으니까요. 그거면 된 거죠?”

식당 안은 달콤한 설탕 냄새와 하림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하림의 스케치북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 캔버스는 다시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남긴 빈 접시를 보았다. 소스로 그려진 엉킨 선들의 흔적. 그것은 이 도시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그러나 우리에게는 가장 필요한 ‘무용의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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