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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도미타] 이번 정차역은 라벤더꽃밭역

후라노-비에이 투어 ep1 : 노롯코 열차 - 멜론 하우스 - 팜 도미타

by 사이 Dec 09. 2024

귤 줍기 신공(제주에어 찜특가)을 발휘해 운 좋게 얻은 핫시즌 삿포로행 비행기표! 삿포로 맥주축제와 후라노-비에이 라벤더 시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정이다. 연초 계획한 고대하고 고대하던 여행을 드디어 간다.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한 생맥주를 맛볼 수 있고 알록달록 꽃들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1년 중 보름가량 되는 짧은 기간이다. 그 어려운 티켓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신이 난다 신이 나! 



노롯코 열차 타고 꽃구경 가자!


이번 후라노-비에이 여행에서 꼭 하고 싶은 건, 노롯코 열차 타고 꽃구경 가기! 노롯코 열차는 교토 토롯코 열차와 비슷하다. 토롯코는 원래 수송용 소형 화물차로 트럭이나 일반 열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레일을 깔고 달리게 한 상자형 차량이라고 한다. (사가노 토롯코 열차 홈페이지 참조) 후라노-비에이 노롯코 열차도 형태가 비슷하다. 오픈카로 오프로드 달리듯 철길 위를 덜컹덜컹 달린다. 창은 자연을 향해 열려 있다. 바람이 들락거리며 빰을 스치고 열차 냄새와 소리, 자연 풍광이 한데 어우러져 오감이 다채롭다. 얼룩자국이 남아있는 유리창 너머로 고운 풍경을 담을 수 없다. 노롯코 열차를 타고 맨 눈으로 자연을 여과 없이 맑고 곱게 담는다. 기차 안에서 먹는 도시락과 열차가 뿜-뿜- 하며 힘주는 냄새, 들녘의 풀과 흙냄새를 품은 바람은 어린 시절 완행열차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딱딱한 나무의자에서 전해져 오는 좌우로 흔들리는 전율은 놀이동산 열차에서 느끼는 짜릿함이다. 덜컹덜컹 칙칙폭폭 뿜-뿜! 이게 노롯코 열차다. 이 열차는 라벤더 시즌에만 후라노-비에이 구간을 지나는데 상행이든 하행이든 하루 딱 3회 운행으로 때를 잘 맞춰야 한다. 덧붙여 아사히카와역에서는 3회 중 1회만 운행되니 일정과 숙소, 정차하고 싶은 역을 잘 가름해서 여행 계획을 잡아야 한다. 

노롯코 열차 안에서 찍은 들녘, 유난히 맑은 하늘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노롯코 열차 안에서 찍은 들녘, 유난히 맑은 하늘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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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가족 여행객들이 많았던 노롯코 열차(左) / 기차 내부에서 나누어 주는 기념엽서(中) / 뿜- 뿜- 노롯코 열차(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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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살포시 얹힌 팜 도미타 가는 '라벤더꽃밭' 간이역(左) / 팻말도 꽃밭이다(右)
역에서 내려 팜 도미타로 걸어가며 본 들녘역에서 내려 팜 도미타로 걸어가며 본 들녘


꽃놀이 최적의 시기라 꽃이 있는 곳은 다 가고 싶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간과 체력을 잘 안배해야 한다. 한여름의 홋카이도는 생각보다 훨씬 덥고 꽃밭은 그늘 없는 뙤약볕 아래에 있으니 땀은 물론이고 쉽게 지쳐 걷는 것이 곤욕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오전 ‘팜 도미타’ 자유여행과 오후 반나절 ‘뷰 버스’ 투어다. 



도미타 멜론 하우스 - 멜론 과즙 팡! 팡!


팜 도미타는 핫 시즌에만 정차하는 임시 간이역 ‘라벤더꽃밭역’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당도한다. 꽃밭이 얼마나 좋으면 ‘라벤더꽃밭역’으로 이름 짓고 딱 라벤더 시즌에만 정차할까?! 궁금하다 궁금해! 논두렁에 살포시 얹힌 간이역을 나와 시골길을 걷는다. 비닐하우스를 양옆에 끼고 걷는 시골길. 새참 먹던 어린 시절 논두렁이 생각난다. 그때도 참 더웠는데 이 길도 이글거린다. 10분 걸었을 뿐인데 온몸에 땀이 베인다. 뭐라도 먹어야겠다. 강렬한 햇살은 이곳 특산물 멜론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지만 나에겐 생기를 빼앗아 간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지만 와우~ 긴 줄에 놀라 생과를 파는, 보다 짧은 줄에 선다. 어디든 앉아서 당 충전하고 길을 이어 나가야겠다. 긴 줄 서서 먹는 과일, 하나는 아쉬워 800엔 하는 컵 멜론과 조각 멜론을 각각 사서 운 좋게 한 자리 차지하고 한 번에 모두 다 먹어버렸다. 멜론이 어찌나 단지 과즙을 그대로 두면 설탕 알갱이가 될 것 같다. 입안 가득 넣고 오물오물 하니 웃음이 절로 나는 맛! 머리에서 폭죽이 팡! 팡! 터지고 입안에서는 과즙이 팡! 팡! 터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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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타 멜론 하우스 입간판(左) 파랑, 초록, 빨강, 흰색의 조합이 사진 찍기 딱이다(左) / 먹기 좋게 손질된 생과 멜론(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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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10분 걸었을 뿐인데 햇살이 강해 기운이 쫙쫙 빠진다. 당충전(左) / 멜론을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들(右)


팜 도미타 - 조각보 꽃 융단길

시즌은 시즌인가 보다. 도로는 주차하려는 차들로 긴 행렬을 이루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오간다. 복작복작 되니 잔칫집 마당에 온 것 같다. 예쁜 꽃 융단이 깔린 넓은 안뜰에서 사람들이 꽃을 제 나름대로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이렇게 찍었다 저렇게 찍었다. 찍어줬다 찍혔다. 하하! 호호!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비스듬한 언덕배기에 품종이 다른 보랏빛 라벤더 밭이 물결을 친다. 보라색으로 한데 묶기에는 서로 다른 빛깔의 보라색. '짙고 연하다'라고 표현하기도 부족한 다채로운 보라색의 향연이다.  한쪽에는 자작나무숲을 품은 푸른 들녘,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무지개 빛 파노라마 꽃밭까지 조각보 마냥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있다. 왜 시즌이 있고 그 시즌에 맞춰 즐겨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자연 빛이 빚은 고운 빛깔을 탐닉하는데 최적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걸 이곳에서 느낀다. 팜 도미타는 꼭 꽃이 만개할 때 가야 한다! 꼭!


엽서에서만 보던 조각보 융단길, 팜 도미타엽서에서만 보던 조각보 융단길, 팜 도미타
라벤더와 함께 다양한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라벤더와 함께 다양한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흰 구름 아래 나무숲과 꽃잎들로 그러데이션 된 팜 도미타 언덕흰 구름 아래 나무숲과 꽃잎들로 그러데이션 된 팜 도미타 언덕
그날 하늘은 참 예뻤다!그날 하늘은 참 예뻤다!




엽서로만 보던 라벤더꽃밭 '팜 토미타'

https://maps.app.goo.gl/hm2jh59rkK1YsciM7


꽃 피는 시즌에만 운영하는 임시 '라벤더꽃밭역'

https://maps.app.goo.gl/r783H5YzFFruRGX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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