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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공사 Feb 11. 2022

어울림이란, 청운문학도서관

공간이 주는 메시지

  공간은 메시지를 보낸다. 이름은 똑같이 도서관이지만 공간이 주는 메시지는 다르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싶은 도서관, 한가로이 책장 사이를 모험하다가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읽고 싶은 도서관, 수험책을 들고 가서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은 도서관이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주변을 천천히 걷고 싶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둘러싼 인왕산을 배경으로 사색하며 걷고 싶은 공간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1층 한옥 도서관과 지하 1층 일반 열람실로 구성되어 있다. 아쉽게도 한옥 도서관은 동절기에 열지 않아 들어갈 수 없었다. 지하 1층. 열람실에 있다가 한옥 도서관 마당을 걷는 걸로 만족했다.



  이전에 읽었던 건축 서적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나는 구절이 있다. ‘서양식 건물을 밖에서 보이는 외관에 집중한 반면 동양식 건물은 건물 안에서 바깥을 보는 환경을 중요시 여긴다’는 내용이다. 무릎을 쳤다. 유럽 건물을 볼 때 느꼈던 압도되는 기분, 배경에서 툭 튀어나온 주인공 같은 건물이 떠올랐다. 건물 안에서 바깥을 볼 때 저절로 더 낮은 건물을 보기 위해 시선이 내려갔던 것도 기억난다.


  예전에는 한옥이 아름답다는 걸 몰랐다. 으리으리한 유럽 성에 비해 단출하고 작은 규모에다가 장식은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한옥의 멋을 조금씩 느끼는 데 건물과 배경의 어울림이 좋다. 이전에는 어쨌든 잘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뛰어난 것만큼 주변 사람과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화로움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좋다.



  청운문학도서관 안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도서관 나가서 걷고 싶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자꾸 바깥을 보고 자연을 음미하라고 말한다. 열심히 책에 몰입하고 공부에 집중하다가도 조화를 이루도록 주변을 둘러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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