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도서관은 가깝고 오래 여는 도서관
좋은 도서관은 가깝고 오래 여는 도서관이다. 책이 많고 아늑하고 주변이 아름답더라도 멀면 가기 힘들고 일찍 문을 닫으면 갈 수가 없다.
퇴근하고 집에 갈 때 가끔 마음이 허하다. 싫다, 괴롭다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다. 그저 마음이 허하다. 일하는 내내 집중하고 몰입하다가 긴장이 풀려서 그렇다.
퇴근 후 가끔 도서관에 간다. 눈이 뻑뻑해 글이 잘 들어오지 않지만 한 장이라도 읽겠다는 마음으로 간다.
회사에서 집으로 곧장 돌아가기 전에 잠깐 들리는 도서관은 아지트 같다. 삶에 일과 집만 있는 게 아니라 책이 잠시 끼일 틈이 있다는 게 좋다.
가끔은 읽을 책을 고른 후에 가기도 하는데 주로 그냥 간다. 신착 책장이나 문학 책장 사이사이를 돌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집어 들어 몇 줄 읽는다. 일과 일상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머리를 환기한다.
오늘은 오노래 드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을 읽었다. 한두 쪽 읽었나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딱 한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을 포기하려고?”
사랑, 포기의 낭만적인 조합을 일상에서 떠올린 지 오래다. 사랑하고 포기하는 것도 많은 것 같은데 사랑을 포기라, 극적이다.
문학은 사치다. 퇴근 후 문학을 읽는 건 쓸모없고 돈도 안 된다. 내 삶이 풍부해질 뿐이다. 삶에 필수가 아닌 문학은 사치다.
마포중앙도서관은 흔한 구립 도서관이다. 디자인은 무난하고 책이 많고 소파도 있다. 멋들어지기보다는 주민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고안한 공간이다. 기본에 충실해 편하게 이용하는 도서관이다.
화려하고 특별한 도서관도 좋지만 발이 많이 가는 곳은 역시나 가깝고 오래 여는 도서관이다. 참, 이전에는 몰랐는데 삼삼하고 기본에 충실한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