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강릉에서 놀란 세 가지
우리한테는 참 당연한 건데
폴란드인 M은 한국이 처음이다. 대만, 중국, 일본은 다 가봤는데 한국만 안 가봐서 "너랑 같이 가려고 기다렸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M을 어디에 데려가면 좋을까 하다가 동해에서 가장 좋아하는 경포에 가기로 했다.
경포에는 달이 5개라는 낭만적인 말도 있다. 하늘에 하나, 경포호에 하나, 바다에 하나, 술잔에 하나, 그리고 당신의 눈에 하나. 고등학교 때 처음 듣고는 경포에서 낭만을 꿈꿨다.
소나무 밭도 낭만적이다. 바닷가 길을 따라 늘어진 소나무 길은 푹신하고 향긋하다. 가장 한국적인 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M과 함께 경포에 갔다.
강릉에서 나한테는 당연한데 M의 눈에는 너무 신기한 것이 있었다. 카페가 늘어진 해변, 바닷가의 나무 합판길, 그리고 불꽃놀이다.
안목 해변에서 M은 놀랐다. 바닷가에 카페 건물이 늘어서서 실내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으로는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M은 지금까지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가봤는데 안목 해변은 같은 곳은 못 봤다고 말했다.
M의 말에 나도 충격을 받았는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 시각에서는 안목 해변이 해변의 정석이기 때문이다. 바다를 감상의 대상으로 보고 상업 시설을 만들어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너무 당연했다.
두 번째로 해변을 따라 만든 나무 합판 산책길을 보고 놀랐다. 해변을 따라 걷는 건 감성적이지만 모래 때문에 걷기 힘든데 이렇게 합판으로 길을 만드니까 더 편안히 걸을 수 있다는 거다. 생각해보니까 다른 나라 해변에서는 나무 합판으로 산책길을 만든 걸 많이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불꽃놀이다. 폴란드는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게 흔하지 않다. M은 어렸을 때 친구가 불꽃놀이를 하다가 크게 다치기도 해서 M은 불꽃놀이를 보면 무서워했다. 가까이 가지 말고 저 멀리서 걷자고 했다. 나는 불꽃놀이 보면 안전 걱정 없이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신선한 시각이었다.
이방인의 시각은 신선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걸 유심 깊게 보고 감명받는다. 전혀 다른 시각이 어떻게 느끼는지 들으면 참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