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부석사, 그 잘못된 만남
경북 영주가 아니라 충남 서산에 있다고?
폴란드인 M은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 친구에게 데려갈 곳은 많지만 까탈스러운 M의 성격에 맞는 곳은 찾기 힘들다. M이 좋아하는 건 대자연이라 바다를 먼저 데려갔다. 그러고 이번에는 산에 갈 차례다.
한라산을 등반할까? 싶다가 이미 후지산을 찍고 내려온 M에게 등반은 그리 특별한 경험이 아닐 것 같았다. 산속에서 며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저곳 지도를 보다가 문뜩, 영주 부석사가 떠올랐다.
영주 부석사는 대학생 때 내일로 여행으로 가봤다. 내일로는 56,500원인가를 내면 일주일간 ktx를 제외한 기차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차표였다. 지갑이 가벼운 대학생의 청춘이자 낭만의 대명사였다.
내일로 여행에서 가장 먼저 갈 곳으로 꼽힌 곳이 영주 부석사다. 고등학생 때 유홍준 작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보고 국내여행으로 가고 싶은 곳 1위로 자리 잡았다.
영주 부석사는 인상 깊었다. 천천히 산을 올라가면 수수한 절이 있고 그 여정이 좋았다.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졌다. 내일로로 간 곳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M을 데리고 부석사에 가고 싶었다. 영주는 ktx도 있으니까 교통도 괜찮다. 인터넷에서 '템플스테이'를 검색해서 부석사를 예약했다. '이미 아는 곳이니까' 하고 사진은 흘려 봤다.
부석사에 가기 며칠 전, 무엇이 필요할까 싶어 인터넷으로 후기를 검색해 봤다. 뭔가 이상했다. 부석사 템플스테이 후기는 맞지만 영주가 아니라 서산이었다. 서산 부석사 템플스테이 후기만 나왔다.
'음? 부석사가 두 개인가? 사람들은 다 서산으로 갔네. 나는 영주를 예약했는데'하고 영주 부석사 템플스테이를 검색했다.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야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템플 스테이 웹페이지를 확인했다.
"OMG!"
오마이갓의 준말, 오엠쥐가 입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M한테 횡설 수설 설명했다. M은 알아듣지 못했다. 몇 번이나 말하고 난 후에야 부석사가 두 개인데, 내가 가려던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을 예약했다는 걸 이해했다.
M은 차분했다. "차표를 바꾸든가 예약을 바꾸면 되겠네." 나는 차표를 바꾸고 싶었다. 영주 부석사를 가고 싶었으니까. 문제는 영주 부석사는 템플 스테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서산 부석사에 가기로 했다. ktx를 취소하고 서산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그렇게 서산 부석사와 잘못된 만남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