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공사 May 04. 2022

부석사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

지나치지 않고 만난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어색하다. 길거리나 식당,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들과는 더더욱 그렇다. 평소에는 사람을 '만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나치는' 존재일 뿐이다.


부석사 가는 길에 몇몇 사람을 만났다. 직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거나 엿들었다. 몇몇 순간은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에서 버스를 타고 서산에 도착했다. 지도 어플에서 점심 먹을거리를 찾는 데 서산에 오면 '게국지'를 먹어야 한다길래 게국지로 유명한 식당으로 갔다.


나는 티브이에도 나오고 꽤 유명한 곳은 불친절하다는 편견이 있다. 바쁘고 사람이 몰리니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국지에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다. 내 말이 몇 번 무시당해도 괜히 감정 상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게국지 식당은 골목에 있고 옛날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았다. 식탁 자리와 좌식이 있는데 식탁에 자리를 잡고 어리굴젓이 들어간 정식 두 개를 시켰다.


게국지 정식 2인분


음식은 바로 나왔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 식당 아저씨가 비지국 두 개를 들고 왔다. M을 잠깐 보더니, "한국 음식 잘 먹어요?" 물었다. "매운 거 빼고 다 잘 먹어요." 하니까 비지국을 식탁에 두고는 "먹어봐요"하고 갔다.


어리굴젓이 정말 맛있었다. 게국지에서 게를 찾으려고 뒤적이는데 아저씨가 오더니 "게국지 먹어 봤어요?" 했다. "아니요, 게 없나요?" 하니까 게국지는 게가 들어간 게 아니고 게를 넣어서 만든 김치로 만든 국이라고 했다. 게국지는 서산의 향토 음식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여서 M에게 통역해주었다.


아저씨가 가고 나서 주인 할머니가 와서는 말을 걸기 시작했다. 먼저 M의 밥그릇 위치를 바꿔 줬는데 할머니가 보기에 좀 불편하게 먹고 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이 반찬 다 자기가 직접 한다며 "그래서, 이것 봐 손이 아파"하면서 손가락을 보여줬다.


식당 아저씨가 다시 오더니 "그런 얘기 좀 하지 말어. 손님이 딸이야, 며느리야, 왜 맨날 가서 아픈 소리를 해" 했다. 다 같이 한바탕 웃고 나서는 할머니를 데리고 점심 식사를 하러 사라졌다. 어리둥절한 M에게 상황을 설명하니까 M도 웃음을 터트렸다.


점심을 먹고 부석사에 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에 갔다. 길을 확인해보니 많이 걸어야 했다. 가방이 무거워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는 바로 잡혔고 부석사는 꽤 멀지만 길이 막히지 않아서 금방 갔다.


택시 아저씨는 산 중턱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줬다. 부석사는 보이지 않고 가늠이 되지 않아 몇 번이고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웃으면서 "가팔라서 그렇지 멀지는 않아요." 하고는 돌아갔다. 정말로 멀지는 않았지만 가팔랐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낑낑거리며 올라가면서 택시 아저씨가 우리를 중턱에 내려준 의도가 궁금했다. 그런데 조금 걷다 보니 꽃길이 나왔다. 분홍 꽃의 꽃잎이 떨어져 바닥이 분홍색으로 물들인 거였다. "설마 꽃길 걸으라고 우리를 먼저 내려준 건 아니겠지?"라고 M이랑 농담을 하면서 올라갔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부석사가 눈앞에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