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는 하노이는 정치의 중심, 호치민은 경제의 중심이라는 말이 있다. 호치민에는 사람도 많고 외국에서 들어온 자본도 많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음식점도 많다.
사이공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음식점이 있고, 맛이 좋으면서도 값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지 식당과 비교하면 외국 음식점은 비싼 편이지만 한국에서 전문 외국 음식점에 가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몇 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프랑스 음식점
프랑스는 한 때 베트남을 식민 지배했다. 여전히 베트남에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의 흔적이 남아있다. 베트남 시청,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의 건축 양식이고, 중심가에 있는 많은 건축물도 프랑스 양식을 따랐다. 그래서 사이공과 하노이가 '아시아의 파리'라는 별명이 있기도 하다.
프랑스는 베트남 식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반미(banh mi)라고 불리는 베트남의 샌드위치가 대표적이다. 반미는 프랑스 바게트에 베트남 식재료를 넣어서 만든 샌드위치다.
베트남 커피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는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카페 쓰어다(cafe sua da)라는 연유 커피도 식민 문화의 산물이라는 말도 있다. 상품용으로 팔고 남은 원두가 너무 써서 연유를 부어서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사이공에는 프랑스 음식점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자주 갔던 곳은 "Le Bacoulos(구글지도)"다. 르 바쿨로스라고 발음하는데, 2군 타오디엔에 있다. 위에 천막을 친 야외 자리도 있어서 잠시 프랑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연어 타르타르 애피타이저, 라따뚜이와 크림치즈 닭가슴살
이 음식점이 좋은 건 바로 점심메뉴 때문인데 약 20만 동(1만 원) 정도에 애피타이저, 메인, 음료 하나를 먹을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식전 빵까지 있어서 굉장히 배가 불렀다. 나는 가면 애피타이저는 항상 참치 타르타르를 시킨다. 참치회를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에 섞어서 주는 것인데 이 정도 가격에 참치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항상 놀란다.
진한 일본 라멘, 츠케멘
사이공은 진짜 맛있는 일본 음식점이 정말 많다. 일본이 한국과 외국투자자본 1, 2위를 다툴 정도로 그만큼 일본인이 많기 때문이다. 사이공의 중심가인 Le Thanh Ton은 '일본인 거리'로 불리는데 정말 맛있는 일본식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몇몇 식당을 빼고는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라멘 맛집이 6천 원에서 1만 원 정도인데, 그 퀄리티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나는 그중에서도 정격(?)인 돼지고기 육수를 낸 라멘을 먹으려면 Ichibanya 라는 곳을 갔다. 그리고 육수에 찍어먹는 츠케멘을 먹으려면 Ittou라멘에 갔다. 둘 다 먹고 나오면 잠깐 일본에 들렀다가 온 느낌을 주는 곳이다.
비싸도 갈만한, 스페인 음식점
스페인 음식점 (Tomatito)토마티토다. 이곳은 친구의 추천으로 간 곳인데, 지금까지 소개한 곳보다는 가격이 꽤 나간다. 두 명이서 가면 많이 시키지 않아도 5만 원은 훌쩍 넘는 곳이지만 베트남에 친구가 오면 항상 데려간다. 그건 바로 애피타이저 하나 때문인데, 메인 요리는 그렇게 인상 깊지 않지만 이 애피타이저 때문에 꼭 간다.
1이 메뉴는 꿀연어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얇은 빵 위에 연어가 올라가 있는데 빵은 공갈빵처럼 안이 텅 비어있다. 대신, 안에 꿀이 들어가 있어서 한 입에 쏙 넣는 순간 입에서 빵이 녹으면서 꿀이 팡!하고 터지듯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연어의 부드러운 맛과 꿀의 맛이 섞여서 굉장히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준다.
친구들이 한 입 먹은 후에 표정이 변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는데, 다들 눈이 동그래지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재미를 위해서라도 꼭 가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꿀연어빵만 두 개를 시키고 다른 메뉴를 하나 두 개 시킬 정도로 이 메뉴가 맛있었다.
식당 디자인과 분위기도 굉장히 좋아서 꽤 차려입거나 데이트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특별한 날, 또는 누군가에게 대접하고 싶을 때 가기 좋은 곳이다.
꿀연어빵!
오늘은 이렇게 세 곳 정도를 꼽아보았다. 이 세 식당은 내가 사이공에서 일을 할 때 자주 간 곳인뿐더러, 2주 간 베트남 워케이션 동안에 꼭 들린 곳이다. 사이공을 다시 들린 후에도 꼭 가겠다고 벼르고 벼른 곳이었던 만큼 맛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