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이별을 해요

by 길위에 글

오늘 나는

혼자 이별을 해요

인사 한 마디

삼킨 채로


흐린 하늘은

가을 끝자락처럼

머리 위에서

무겁게 내려앉고


갈 곳도 없이

가로등 아래

그대로

멈춰 섰어요


거리엔

뜻 모를 멜로디

베어드는 공기 속에

흘러나오고


빗방울이

손등을 스치지만

차가운 바람에

느껴지지 않네요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가는데

나만 멈춘 듯

시간이 빗속에서 고여 있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어요

흘러간 이름처럼

말 한마디 못 남기고


흐릿한 노래와

젖어가는 그림자만

내 곁을 스치며

조용히 사라져 가네요


저 멀리 골목 끝에

한 소녀가 서 있네요

비 맞은 어깨를 움츠린 채

말없이 나를 바라보네요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너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내가 서 있는 것 같았죠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 있던 시간

빗물만 흐르고

나는 그대로였죠


그날의 이름을

끝내 부르지 못한 채

내 안에서만

수백 번 무너져 내렸죠


그래서

여기 서 있는 거예요

갈 곳도

부를 이름도 없이


젖은 공기 사이로

숨만 쉬는 사람처럼

나는 오늘

그렇게 남아 있네요


떠나지도 못한 채

돌아가지도 못한 채

이 세상을

조용히 견디고 있을 뿐


가로등 아래

빗소리만 남아서

아직

여기에 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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