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클로버

by 길위에 글

계단을 오르던 어느 날

말없이 피어 있는

작은 하얀 꽃들

누구의 시선도

머무르지 않던 그 자리에

나도 조용히 있었다


빛나는 것도 아니고

크게 흔들리지도 않았던

그저 그렇게

살아내던 하루들이

이 언덕 어딘가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지나온 길은

돌아보지 않았고

앞에 있는 길도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기억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

하얀 클로버 사이를 걷는다

작고 여린 잎들이

아무 말 없이

내게 말을 건넨다

괜찮다고

여기까지 잘 왔다고


누군가의 길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길이었다는 걸

조금은 늦게 알았지만

그래도 늦지 않았다


바람에 흩날리던 마음도

비에 젖어 무너진 날도

이 꽃들처럼

언젠가 피어 있었다


나는 지금

하얀 클로버 언덕 위에 선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를

작은 빛처럼 꺼내어 본다

소리 없이 내 안에 있던 나를


이 길 끝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내가 먼저 알아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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