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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속삭임

by 삶은 항해 인엘리


어제 퇴근길은

장미들이

구름 없는 파란 하늘이

감꽃이 떨어진 감나무가

얼마나 더 자랄지 기대되는 느티나무까지도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마치 자연 속 모든 친구들이

말을 거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오후

퇴근길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긴다.

그 한 시간이 참 소중하다.


어떤 날은 동네를 빠르게 걷고

어떤 날은 미리 저녁 준비하고

어떤 날은 책 한 권들고 카페에 숨는다.


*

문 앞에서 오래 망설이면 망설일 수록,

그만큼 더 서먹해지는 법.

지금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한테 무얼 묻기라도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 역시도 자기 비밀을 감추려는 사람

같지나 않을까

*


이번주 카페에 동행한 책은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

카프카 덕분에

프라하를 여행 했던 때가 스친다.


아침 점심 저녁 트램을 타고

프라하성을 갔던 그 때가 떠오른다


나는 해질녁 프라하성이 좋았다

마법 가루를 뿌린 듯

성 안 스테인드글라스의 그 색감

노을진 햇살과 잘 어우러졌다.

그 빛이 발 아래까지

마치 핀 조명처럼 내려온다.


한참을 멈춰있다 성을 나온다.

조금 길을 걷다보면

이런 길이 있었네 하는

황금소로가 나온다.


그 곳에서 만나는 카프카가 살던 곳


요즘 오후 햇살과

그 날의 햇살의 햇살과 비슷하여

매일 무심코 지나던 길을

여행자처럼 자꾸 사진을 찍는다.


오월과 유월 사이 햇살

이 따뜻함이 참 좋다


그리고 숨도 못 쉴만큼 빠져드는

빠른 듯 느린 듯한 카프카의 문장이 좋다.

가끔은 어려워

여러 번 읽고 또 읽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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