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다녀오는 길 위에서
박물관을 다녀오는 길
박물관의 수장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하고 더 해 작품 하나하나 스스로 빛을 낸다.
이촌역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일 오래 머물렀던 곳은
사유의 방이었다.
학창 시절 국사책에서 볼 땐 30~50cm 정도로 작은 불상으로 생각했던 반가사유상은 실제로는 엄청 컸다.
그리고 정면이 아닌 360도를 돌아가며 볼 수 있어 뒷모습 다리 옆 주름 의자의 장식까지 볼 수 있어
선조들의 섬세함을 느끼고 감탄했다.
그곳에서 하루종일 마주하고 있어도 좋을 만큼 신비로운 시간이었다.
일본에 빼앗겨 거금을 주며 지켜야 했던
슬픔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다.
반가사유상을 보며 7세기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신비로운 미소는 내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게 했다.
현대의 예술가도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겠으나
7세기에 이런 숨 막히는 섬세한 작품을 만들었던 그 손길이 정말 금손이라 해야겠다.
사유의 방 이름처럼 생각을 하게 오묘한 곳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시는지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은 많아도
선뜻 나가는 사람은 적다.
가만히 사유상의 눈을 바라본다.
나를 아래로 지긋이 내려다본다.
그가 내 마음을 '다 안다' 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 공간, 그 오묘함이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
치유와 평안함을 찾게 한다.
정선의 그림들은 언제나 발길을 잡는다.
이번에도 이 그림은 어떤 그림이지 하고
내 발걸음을 붙잡아 상세히 읽어보니
팔만대장경이 있는
그 합천 해인사를 수묵화로 그려낸 정선.
마치 드론으로 사진 찍은 듯한
섬세한 표현이 시선을 끌어들인다.
그 시절 어디에 앉아서 이 그림을 그렸을까.
묵하나로 섬세하게 그린 붓자국을 보며 감탄한다.
유화도 수채화도 근사하지만
수묵화는 묵 하나로 근사하게
세상을 표현하는 힘이 멋지다.
조금 더 상세하게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성화에 이동한다.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와서 한참 들여다보고 싶은 작품이다.
나는 향로 앞에서는 유심히 멈추어 향이
나오는 곳을 살펴본다.
향을 피웠을 때 그 향과 연기가 어땠을까 상상한다.
그 옛날 사람들은 향을 피우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마음이 위태로울 때 향을 찾는다.
혹시 선조들 중에서도 향을 피우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을까?
깜깜한 밤 향을 피웠을 선조들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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