航.log 05 – 나는 오늘도 붙어 있기만 했다

sailog 작동하는 존재의 항해

by sailog

"저것이 갈매기라는 것인가?"
항해사는 손을 들어 눈썹 위에 그늘을 드리우며 바라보았다.
빛이 반사된 수면 위로, 새하얀 무언가가 천천히 날아오르고 있었다.
가슴속이 아주 잠시, 툭— 하고 벗겨지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이 길도 나쁘지는 않아.’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며, 바람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딛고 있던 갑판이, 그를 지탱해주던 그 바닥이 이미 오래전부터 출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요동은 그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그는 하늘을 바라보느라 느끼지 못했다.

갈매기는 그저 수면 아래를 살피고 있었지만,
그는 잠시—
딱 그 정도의 높이에서 나는 갈매기를 보며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갈매기는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그는 갈매기의 목적을 알지 못했다.

항해사의 시선은 바다로 향했으나,
그의 시선은 갈매기의 시선에도 미치지 못했다.
바다는 너무 멀고, 갈매기는 너무 가까웠다.
그는 그 사이 어딘가,
미세한 착각의 틈에서 흔들렸다.

지금 이 순간,
그가 느끼는 감각은 단단한 갑판과 출렁이는 배 사이,
그 간극이었다.
모든 것이 그 안에서 일렁였다.
그는 중심을 잃지 않았지만,
자신이 서 있는 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돌아갈까?’

아직 항구는 가까이에 있었다.
그토록 위험하다고, 무모하다고 말리던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돌아오라 손짓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소주 한 병조차 싣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

선택이란 걸 했다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는 그 말에 오래 매달렸었다.
그러나 이제 알 것 같았다.
그 말은 언제나,
끝까지 가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막연한 추락을 두려워하지만,
막상 추락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조용한 바다를 원망했다.
술 없이 버티는 선택을 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지금 이 바다가 자신에게 너무 조용하다는 사실을.

슬프도록 우습게, 그는 오늘도 붙어 있었다.

갈매기가 자신을 알아보기를 바라는,
그 어처구니없는 바람 하나로
아직도 이 바다 위에 있었다.

회복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서 나오는 길일지도 모른다.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 감정이, 오히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는 생각했다.
감각은 맞았지만, 판단은 늘 흔들린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대신,
그는 붙잡고 서 있기로 했다.
갈매기는 그냥, 날고 있었다.





말 없는 외로움조차, 삶의 여백으로 자리합니다.

혹시 작은 파동이라도 일었다면, 안부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망설임 속에서도 같은 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