航.log 06 - 기억은 바다처럼 왔다

sailog 작동하는 존재의 항해

by sailog

항해사는, 흔히 말하는 정신을 두고 왔음을 느꼈다.
그의 몸은 배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는데
그는,
자신의 정신이 이미 한참 뒤에 놓여 있음을 느꼈다.
그건 항구도, 무리도 아닌
어딘가에 두고 온 채로,
그는 지금 몸만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판단은 보류되었고,
감각만이 계속해서 파도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붙어 있기만 하기로 했다.
말 없이.
움직이지 않고.
하지만 결코 멈춘 것은 아니었다.


배는 중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육지에서, 항구에서, 무리에서 항해사에게로
먼저 도착한 것은
기억이었다.


회복의 본 정신은 한 번에 오지 않았다.
기억이 그를 덮쳤다.


기억은 먼저, 항해사가 얽어 넣은 양심을 향했다.
구멍이 숭숭 난 옛 기억 사이로 본래의 기억이 파고들었다.
항해사가 느끼는 죄책감은
항해사와 그의 주변이 일시에 가라앉는 무게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낯선 무게감이 아니었다.
이미 어제도 찾아왔었고, 지금도 찾아왔고
파도처럼, 내일도 찾아올 것들이
정신이 오지 않은 그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항해사는 자신의 구멍을 모르지 않았다.
누군가 그랬다 하더라 라는 새파란 소문이
구멍 사이를 넘나들 때마다
옷깃만 여몄던 그였다.


모자란 기억들이 가득 채워졌다가
있는 기억까지 쓸고 내려가려 할 때
항해사는 필사적으로 부여잡기도 하였고
힘없이 내려놓기도 하였다.


기억은,
파도처럼 찾아왔다.


그러므로 항해사는 오늘도,
붙어 있기만 하기로 했다.


파도를 막을 수도, 부정할 수도 없기에
몸으로 받아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고,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멈추지 않는 붙어 있음이었다.


정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기억은 이미 바다를 삼킬 기세로 밀려오고 있었으며,
항해사는
그 모든 사이에,
살아 있는 몸 하나로 서 있었다.





말 없는 외로움조차, 삶의 여백으로 자리합니다.

혹시 작은 파동이라도 일었다면, 안부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망설임 속에서도 같은 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