航.log 10 – 태도는 해도다

작동하는 존재의 항해

by sailog

항해는 지도를 읽는 일이 아니라, 해도를 감지하는 일이다.

지도는 목적지를 가리킨다.

해도는 방향을 구성한다.

지도는 누군가 그어놓은 선을 따라가게 하지만,

해도는 그날그날의 바람과 조류, 수심과 암초,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기척 위에 그려진다.


지도는 전지적이며 평면적일 수 있으나,

해도는 입체적이고 주관적이다.

지도는 정답을 요구하지만, 해도는 감각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sailog는 이렇게 응답한다.

항해에는 자격보다 태도가 먼저라고.


기술보다 감각이,

숙련보다 응시가,

확신보다 고백이

먼저일 수 있다고.


물론 기술과 숙련, 확신은

항해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다.

다만, 우리는 그 자원들이

언제나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음을

파도 위에서 감지해왔다.


태도에는 층위가 있다.

마음의 결은 겹겹이 쌓인다.

어떤 판단과 행위의 저변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는 실패를 외면하지 않은 시선,

고백을 유보하지 않은 말,

책임을 회피하지 않은 선택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렇게 감각의 지층이 쌓이고,

우리는 그 위에

저마다의 내면 해도를 따라 살아간다.


sailog는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바다를

지도처럼 펼쳐 보이려 하지 않는다.

이 기록은 그저, 내가 마주한 파도를 감지한 방식에 대한

하나의 항로일 뿐이다.


바다는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지도에는 조류의 흐름이나 그려질까

아무도 같은 바다를 그려낼 수 없다.

초보 항해사는 그 사실이 두렵다.

그래서 그들은 더 자주 멈추고,

더 자주 되묻고,

더 자주 머뭇거린다.


조타하는 손은 떨리고,

눈은 수평선 너머를 보려 애쓴다.

이따금 방향을 놓치고,

사소한 풍랑에도 민감해진다.

하지만 그런 예민함과 생각의 과잉은

바다에 대한 응답이다.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항해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들은 아직 바다의 리듬을 완전히 감지하지 못하기에

때로는 힘이 엉뚱한 곳에 쓰이기도 하고,

필요한 곳에 닿지 못해 허공을 휘젓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예민하고 과잉된 반응은 그런 와중에 피어난다.

그래서 어떤 날은 스스로도 우습고,

어떤 순간은 그로 인해 일상이 엉켜버리기도 한다.


실수는 반복되고,

그 반복은 고요한 자책이 되어

자격을 묻는 침묵으로 흘러든다.

새벽 바다처럼 무거운 감정 속에서

'나는 계속 항해해도 되는 사람일까?'

라는 물음이 밀려온다.


그 고요조차,

항해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다.


서툴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서툶을 감지할 줄 알고,

그 부끄러움을 고백할 수 있는 존재야말로

바다가 허락한 항해사다.



말 없는 외로움조차, 삶의 여백으로 자리합니다.

혹시 작은 파동이라도 일었다면, 안부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망설임 속에서도 같은 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