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어떤 질문에,
나는 넘쳐흘렀지만
입을 열 수는 없었다.
"왜 그랬냐"는 말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실패한 까닭에 대해 말할 시간이
실패한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때
하지 말라 하는 것을 했고,
하라고 했던 것을 하지 않았고,
혹은 제대로,
똑바로 하지 않아서
저지른 잘못들의 결과가
지금의 나다.
그때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왜 그러면 안 되었는지,
나는 왜 그러했는지,
그 결과를 나는 어떻게 책임졌는지,
혹은,
다른 누군가가 그 책임을 대신 지지는 않았는지.
예를 들자면,
거짓말이나 도둑질.
혹은 벌레 한 마리를 죽이며
묘한 희열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그때 해야 했던 것들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어졌던가.
제때에, 제대로 해야 하는 일에서 어긋나
지금은 또 얼마나 벌어졌을까.
지금의 나는,
정직하게 묻고 있는가.
그 물음에 대하여
정직하게 답하고 있는가.
“왜 그랬냐”는 물음 앞에,
내가 해왔던 일과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이 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여겼다.
“억울하다”고,
말하지 못해
오래도록 억울했다.
그 말에 억울해 하는 마음조차
고쳐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말 없는 외로움조차, 삶의 여백으로 자리합니다.
혹시 작은 파동이라도 일었다면, 안부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망설임 속에서도 같은 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