航.log 11 - 나는 언젠가 말을 걸기로 했다

작동하는 존재의 항해

by sailog

항해사는,

멍하니 같은 자리를 맴돌기도 하고

《航.log 00 – 항해의 이유》


그러다 막다른 길 앞에서 한동안 멈춰 있다가

《航.log 01 – 순례자는 항해를 결심했다》


바다를 향해 몸을 돌려 걸어갔다.

《航.log 02 – 감각은 먼저 도착한다》


아직 육지의 걸음에 익숙했던 그는

자주 물에 빠졌고

《航.log 07 – 심연으로 들어가다》


갑판에 오르지도 않은 채

한동안 배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航.log 05 – 나는 오늘도 붙어 있기만 하기로 했다》


기억의 파도에 휘청이고

《航.log 06 – 기억은 바다처럼 왔다》


때로는 수면 아래에서 고요히 부유하다가

《航.log 08 – 심연의 풍경》


바다의 무게에 눌려

자신이 항해해도 되는 사람인지 묻기도 했다.

《航.log 10 – 태도는 해도다》


그러다 문득,

숨을 쉬어도 괜찮다는 감각을 따라

처음으로 방향을 감지했고

《航.log 09 – 방향이 생긴 날》


조심스럽게 키를 잡아

자신만의 해도를 구성해 보기로 했다.

《航.log 10 – 태도는 해도다》


그는 한때 막다른 길 앞에서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감지했고

방향을 돌려 키를 잡기까지의 ‘자신’을

통과했다.


수면 위에는

각자의 자신을 통과한 배들이 보였다.

모두 다른 감각과 책임을 싣고 움직이는 배들.


그러나

같은 바다 위에서 결국

서로의 주파수를 조율하며

감각을 공유하는 동지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 중 누군가에게

언젠가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각자의 항해를 했지만,

때로는 같은 파도를 지났고,

같은 침묵 속에서 머물렀고,

같은 별빛을 보며 방향을 감지했을 것이다.


내가 말하지 못했던 그때,

너는 이미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이 바다 위 어딘가로 띄워보려 한다.




말 없는 외로움조차, 삶의 여백으로 자리합니다.

혹시 작은 파동이라도 일었다면, 안부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망설임 속에서도 같은 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