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소재 산업은 아직도 유망하다!
1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산업별 성적표가 하나둘 공개되고 있습니다. 시장은 표면적인 매출 성장률이나 대기업 실적에 주목하고 있지만, 데이터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한국 제조업과 소재 산업이 보여주는 의미 있는 반등의 신호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를 넘어, 지금은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번 실적은 그 전환의 흐름을 읽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담고 있죠. 특히 제조업과 소재 산업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는 산업군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먼저 전체적인 숫자를 살펴보면, 코스닥 1541개사의 1분기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0.41% 증가, 영업이익은 16.99% 증가했습니다. 매출은 정체된 듯 보이지만, 이익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지요.
이는 가격 인상이나 효율성 개선을 통해 원가를 관리하고 수익성을 확보한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4.56%로 전년보다 0.6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또한, 코스닥150 기업의 순이익은 무려 38.44% 증가해 시장 전반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익 중심의 체질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회복세라기보다는 산업 구조의 진화에 가까워 보입니다.
IT서비스 업종은 단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매출은 16.53% 증가, 영업이익은 무려 130% 이상 증가했습니다. 역시 IT 입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 AI 기반 솔루션 도입,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 등 구조적인 수요 덕분에 수주와 이익이 동시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업종은 이제 ‘단순 시스템 유지보수’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완전히 진입한 모습입니다.
유통업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리오프닝 이후 오프라인 수요가 다시 회복되고, 온라인 유통사들은 마진 개선에 집중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이익에 대한 상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비용 효율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외형 성장만으로는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건설업은 매출이 전년 대비 15% 이상 줄며 뚜렷한 역성장을 보였습니다. 고금리와 분양시장 둔화, 민간 발주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업의 둔화는 단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에 부담이지만, 이전보다 정교한 기술력과 친환경 건축 기술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선별적 회복'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업종은 자동차, 항공기 부품,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부품 기업이 포함되는데,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늘어난 점이 주목됩니다.
특히 친환경차용 고기능 소재, 이차전지 부품 등의 수요가 탄탄하게 유지되며, 기술력을 가진 부품사 중심으로 성과가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전자 업종은 이번 분기 큰 폭의 이익 감소를 겪었습니다. 글로벌 IT 수요 둔화, 메모리 단가 하락, 재고 조정이 겹치면서 단기적으로는 역풍을 맞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정일 가능성이 높으며,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 회복과 AI 서버 수요 증대로 전환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조정기에도 생존하며 기술개발을 지속하는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실적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속한 기업들입니다. 이들 기업의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3.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1.72%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은 무려 12.18%를 기록하며, 미편입 기업(3.52%)과의 격차는 8.66%포인트에 달합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들이 기술력과 원가 관리 능력에서 차원이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들 기업은 주로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소재, 첨단 부품 등의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기술 특화와 내재화를 동시에 이뤄낸 회사들입니다.
단기 매출 변동성은 있을 수 있지만, 기술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이미 자리 잡힌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과 소재 산업은 오랫동안 ‘저부가가치, 대량생산’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국면입니다.
첨단소재(이차전지, 반도체 소재, 고기능성 플라스틱 등)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공급 안정성을 갖춘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계 및 공정 자동화 기술,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소재 등에서도 국산 기술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적만 보면 성장률이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번 분기 수치는 '이익 중심의 체질 강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증거입니다.
성장은 보이지 않지만, 속이 꽉 찬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의 제조업과 소재 산업이 그렇습니다.
시장에서는 화려한 기술주, 단기 급등 테마에 관심이 쏠리지만, 경제의 펀더멘털을 떠받치는 기업군은 여전히 제조업입니다. 특히 기술이 내재화된 소재 산업은 이제 ‘부품을 찍어내는 산업’이 아닌,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결정적인 경쟁력을 쥐고 있는 산업군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들 산업에 다시 한 번 집중할 시점입니다. 정책과 자본, 인재 모두가 이쪽으로 리밸런싱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6월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적 안정성과 투자의 기회가 확대된다면, 하반기 경기의 전망은 상반기 보다는 훨씬 탄력적이라 기대합니다. 한국의 다음 10년, 그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 바로 기술형 제조업과 소재 산업의 혁신 현장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