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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Apr 15. 2023

대박이 2014년 11월 30일-2023년 4월 15일

-대박아 9년밖에 내 옆에 머물지 못했지만, 넌 항상 엄마에게 최고였어

내가 힘들 때 나 살려고 널 데려왔어.

엄마도 살고 싶어서.

너무 고마웠고, 대박이 때문에 엄마가 살았어.

아니? 그거.


좀 더 있지 그랬어. 엄마 힘들까 봐 그렇게 갑작스럽게 간 거야?

엄마가 판단을 잘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빨리 움직였으면 너 살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좋은 병원 알아보고, 산책도 시키고 스트레스도 줄여 주었으면, 너 그렇게 안 갔을 것 같아.


너 아파도 잘 견디던데, 왜 포기한 거야?

눈도 안 보이고 엄마 목소리 안 들려서 짜증 나서 포기했어?


이틀 전에 벚꽃은 날리고 너는 걷는 것도 힘들어하고,

엄마가 너를 데리고 한 발자국씩 걸으면서, 이 봄은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도 돌아가신 날이 벚꽃 흐드러지게 핀 날이고, 이젠 너도 그러네.


일한다고 산책 게을리한 거 미안해. 가끔 술 먹고 들어와서 행패도 부리고,

엄마 진상이었지.

엄마가 완벽하지가 못해. 알잖아. 허당인 거.


그래도 자식아. 좀 더 있으면서 엄마 고생 좀 시키고 가지.

뭐가 급해서 그렇게 가냐 갑작스럽게.


이름만 대박인 줄 알았더니, 지 삶을 끝내는 것도 대박이네.

엄마는 섭섭해. 돌아가신 할머니 만나서 좀 친하게 있어봐. 할머니 너 무서워했잖아.

조금만 기다려. 엄마도 무지개다리 건너면 너 마중 나올 거지?


엄마 조금 더 살다가 형아 잘 되는 거 보고 갈게.

기다려 그때 산책 많이 하자. 엄마 보면 웃어줘야 해. 늘 하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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